
“주요 임무 ‘전투’…비무장 시민에 발포 명령이 레드라인 될 것”
“트럼프가 군과 시민 사이 갈라놔…군 신뢰 붕괴에 안타까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은 불법이라는 1심 판결이 2일(현지시간) 나왔다. 국내 법 집행에 군 동원을 금지한 ‘포세 코미타투스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앞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신청했던 주방위군 투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1심에서 받아들여졌다가 2심에서 뒤집혔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LA에 이어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시카고와 보스턴, 볼티모어 등으로 군 투입을 확대해 나갈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는 (시카고에) 들어갈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 국방부 산하 주방위군국에서 부국장 대행을 지냈던 랜디 매너 전 육군 소장(사진)은 지난달 31일 기자와 화상 인터뷰하면서 “현재 워싱턴에서 주방위군이 하는 일은 결코 그들의 임무가 아니다. 주방위군은 치안 유지 훈련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라도 비무장 시민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지는 상황까지 가게 될까 우려스럽다”면서 “미국이 한국의 군사독재 시절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매너 전 소장은 30년 넘는 군 경력 중 16년을 주방위군에서 활동했다.
- 주방위군의 임무는 무엇인가.
“전략 예비군으로서 해외 전쟁을 수행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소집될 수 있다. 또 허리케인이나 산불 같은 자연재해 발생 시 주지사의 통제하에 구조·지원 역할을 한다. 정말 드문 경우 경찰을 지원할 때도 있지만 이를 위한 훈련은 단 몇 시간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전투병이다. 도심 치안 유지는 주방위군의 기능도, 목적도 아니다. 대통령은 군대를 오용하고 있다.”
- 주방위군은 정규군과 어떻게 다른가.
“정규군과 달리 시간제로 복무한다. 대학을 다니거나 상점, 학교 등 어딘가에 고용돼 있다. 소집이 되면 일을 중단해야 하는데, 문제는 급여가 민간 직장보다 적다는 것이다. 장기 파병은 이들의 생계에도 어려움을 야기한다. 물론 고용주는 법에 따라 이들이 주방위군 차출로 자리를 비워도 해고할 수 없다. 그러나 승진·업무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능하다. 대테러 업무 지원이나 홍수 피해 복구에 차출된 것이라면 고용주들도 기꺼이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정치적 목적의 주방위군 동원에 찬성하는 여론은 35% 안팎에 불과하다.”
- 오랫동안 군에 헌신했던 사람으로서 어떤 점이 가장 안타깝나.
“미국에서 군인은 시민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다. 해외의 적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란 믿음,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구하러 와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군과 시민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미국 시민 다수는 거리에 배치된 주방위군을 ‘무장한 점령군’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절대로 미국적인 방식이 아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 내 군 투입을 계속 확대할 경우에 무엇이 가장 우려되나.
“비무장 시민을 향한 발포 명령이 ‘레드라인’이 될 것이다.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철로 접어들수록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관련 항의 시위 때) 시위대를 향한 발포를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그를 막았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제 없다. 지금 대통령 주변엔 ‘예스맨’뿐이다. 나는 (트럼프 정부가 주방위군을 동원한 명분인) 범죄를 줄이는 것에 찬성한다. 대통령에겐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도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많은 자원이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정치화하려는 동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절대권력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존중해왔던 가드레일을 계속 파괴하고 있다. 그에게 군대는 자신의 권력을 추구하고 반대 의견을 압살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나는 최근 한국이 겪은 계엄 상황을 알고 있다. 오랜 군사독재를 극복해 낸 한국 사회에 그것은 과거로의 회귀를 시도한 극도로 불행한 일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도 한국이 오래전 겪었던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정당한 법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또 더 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평화적인 시위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