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이달 9일 동부 저장성과 남동부 푸젠성 동쪽으로 비행제한구역 7곳을 설정하고 대만 인근 해역에 해군 함정 약 60척과 해경국 함정 약 30척을 투입했다. 이에 대만은 불안을 조성하는 ‘회색지대 도발’이라며 비상대응센터를 설치하고 대응 훈련에 돌입했다. 중국군은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대만을 둘러싼 해역과 공역에서 육해공군과 로켓군 병력을 동원해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또한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등에서도 주변국들에 공세적 위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가 해양주권의 확충을 위해 해양영역인식(Maritime Domain Awareness·MDA)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MDA는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관할수역에 대한 통합정보 체계를 발전시킨 개념으로 위성과 유·무인기 등을 활용해 해양 감시·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 측면뿐 아니라 수출입 물동량의 98% 선박 운송, 마약밀수·해양쓰레기·자연재해·불법조업 대처를 위해서도 MDA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해군과학기술학회가 11~14일 제주 부영호텔앤리조트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안재봉 컨텍 대표 직무대리(예비역 공군 준장)는 “정부와 군에서 독자 위성을 경쟁적으로 띄우고 있으나 계획 단계부터 10년 이상 지나 배치되는 바람에 글로벌 흐름에 크게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컨텍 같은 국내 업체는 물론 미국 엄브라, 카펠라스페이스, 맥사, 핀란드 아이스아이 같은 글로벌 업체도 잘 활용하면 보안 문제를 해결하면서 고해상도 MDA 정보를 가성비 있게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궤도 통신·관측 위성, 군함의 초계기 등 유·무인 항공기, 함정과 지상 레이더, 민간 선박, 해양 경찰에서 받은 정보를 융합하되 위성 활용을 늘리는 것이 광활한 해역 감시에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현재 공군과 해경 주도로 다부처 사업으로 2030년께 완료할 예정인 초소형위성 40여 기 발사 사업의 경우 목표 해상도를 당초 1m 이하에서 0.5m로 크게 개선하기로 했으나 현재 엄브라사가 16㎝ 해상도를 목표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 대표는 “통신·관측·GPS 위성을 통해 해군이 고해상도 영상을 받아 해양을 감시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며 “컨텍은 위성과 발사체 정보를 내려받아 인공지능(AI)으로 잡음을 해결한 영상 정보를 국가정보원 등 국내외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뉴 스페이스하면 흔히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실상 일하는 사람들의 발상의 전환과 규제 혁파가 더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공군 우주센터장 출신인 최성환 한화시스템 전문위원은 “해군에서 전천후 정보 취득이 가능한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개발 중인 Video-SAR의 경우 이동하는 선박의 추적 관리가 가능해 앞으로 위성 개발 시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준 Ktsat 과장도 “전자광학(EO), SAR, 적외선(IR) 위성 등을 융합해 선박이나 적의 장비·시설 등을 감시·정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비해 해군에서는 민간과의 협업을 강조하면서도 자체 위성과 해상 위성 관제시설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공방표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우주발전과장(대령)은 “국내 각 기관이 의욕적으로 위성을 확보하고 운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위성의 활용성을 높이고 전시에도 대비하려면 해상에서도 위성을 관제할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종 해본 기참부 우주발전과 중령은 “해군은 MDA 능력 제고 차원에서 함정, 항공기뿐 아니라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위성까지 확장하고자 한다”며 “육지의 4.5배나 되는 관할 해역을 감시하기 위해 위성 전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해군과 산학연의 국방 R&D 협력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지현진 국방과학연구소(ADD) 책임연구원은 “국방 무인체계 계열화·모듈화(K-MOSA) 정책에 따라 정부와 ADD는 선제적 R&D를 통해 산학연의 R&D 생태계 기반을 닦아줘야 한다”며 “무인수상정이나 수중함과 같이 저가의 무인체계는 정부의 모듈화·표준화 정책을 따르면서도 과감히 기업의 신기술을 접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부가 안드로이드처럼 운영체계(OS)를 담당하고 군은 마치 구글플레이에 업체가 자유롭게 올린 앱을 구매하듯이 민간의 신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성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CTO는 “국방 R&D에서 낮은 기술성숙도(TRL)를 보이는 다양한 핵심 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결해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R&D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 CTO는 이어 “국방우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주 스타트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부의 특화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녹 데이터메이커 대표는 “우리 군에는 다양한 데이터를 운용하고 학습하는 MLOps라는 AI 시스템이 있으나 여러 종류의 분산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지 못하고 데이터가 부족 시 아예 적용이 어렵다”며 국방 분야 AI 적용 확대를 주문했다.
지난해 10월까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이종호 국립한밭대 석좌교수는 “총장 시절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발전계획’과 ‘해군 우주력 발전 계획’ 등을 준비하고 조직 보강과 민군 협력을 관심을 갖고 추진했다”며 “군에서도 민간 기업과 긴밀한 협조 체계 구축이 긴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승훈 해군미래혁신연구단 중령은 “해군은 국방혁신 4.0의 일환으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에 나서고 첨단무기 체계의 전력화를 위해 산학연과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해군이 통합 소요 기획에 맞춰 민간의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신속히 국방 현장에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익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기술기획본부 선임연구원은 “핵심기술과 미래 도전을 목표로 국방기술 개발 예산이 확대됐는데 이렇게 개발된 시제품이 함대사령부에서 적극 운용해야 한다”며 “첨단 해양무기 체계를 풍성하게 운용하려면 해군 내 적정 예산과 인력도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아마존에서 위성 인터넷 사업(카이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종진 한화시스템 우주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뉴 스페이스를 할 수 있는 산업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진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라며 “하지만 미국 등 우주 선도국이 하는 것을 쫓아가기만 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우리만의 새로운 방정식을 찾아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