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에…독감 수액주사 실손보험금 3.3배 폭증

2025-12-07

독감이 유행하면서 올 들어 비급여 주사제 처방에 따른 실손 보험 지급액이 3배 넘게 폭증했다. 일부 병원들이 환자에게 먹는 약보다 최고 9배나 비싼 고가의 수액 주사 처방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과잉 진료에 실손 보험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해상(001450)과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의 올 1~11월 비급여 주사제에 대해 지급한 실손 보험금은 전년 대비 40.8% 증가한 30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독감 처방에 따라 지급한 비급여 주사 지급액은 716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13억 원)과 비교해 무려 235.7% 늘어난 수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독감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1차적으로는 독감 환자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 중 독감 증상 환자는 6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명)에 비해 14배 늘어났다. 예년보다 독감 유행이 두 달가량 빨리 시작된 탓에 질병청은 10월부터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문제는 동네 병의원 등 1·2차 병원을 중심으로 비급여 주사제 처방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독감 처방을 받아 지급된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 증가율은 1차 병원(238.7%)과 2차 병원(225.1%)이 상급종합병원인 3차 병원(68.5%)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일부 동네 의원에서는 환자에게 먹는 약보다 편리하고 효과가 빠른 독감 주사제와 영양제를 처방한 뒤 실손 보험 청구를 위한 치료 목적 소견서를 발급해주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같은 의원급 1차 병원이라도 의사 처방에 따라 독감 치료비는 제각각이다. 서울 성동구의 B의원을 찾은 독감 환자는 진료비와 약제비를 포함한 4만 3800원의 치료비를 실손 보험금으로 청구한 반면 경기 수원의 L의원에서 독감 치료를 받은 또 다른 환자는 고가의 비급여 주사제 처방을 포함해 37만 7900원을 보험금으로 청구했다. 같은 독감인데도 치료비 차이가 9배나 난다.

과잉 진료가 성행하면서 실손 보험 지급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 보험 지급금은 전년보다 8.1% 늘어난 15조 2234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양제를 포함한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은 같은 기간 15.8% 늘어난 2조 8092억 원으로 전체 실손 보험 지급액의 20% 가까이 차지했다. 받는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가파르게 늘다 보니 실손 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16.2%에서 올해 상반기 119%까지 치솟았다. 보험사들은 실손 보험에서만 매년 1조 원 넘는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보험금을 노린 과잉 진료가 끊이지 않으면서 상위 9% 계약자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챙겨가는 동안 정작 계약자의 65%는 보험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보험료만 내는 비정상적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비중증·비급여 치료의 자기부담률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이고 도수 치료 및 비급여 주사 등을 보장에서 제외한 5세대 실손 보험 출시를 추진 중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비중증 비급여 치료의 자기부담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정 개정 작업 지연과 의료계와의 이견에 연내 출시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조차 경쟁적으로 아이들에게 수액 주사를 맞출 정도”라며 “비중증 비급여 치료의 자기부담률을 서둘러 높여 과잉 진료와 보험금 청구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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