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길 때까지’ “혼인평등 소송 시작합니다”

2024-10-10

국내 동성 부부 11쌍이 헌법상 혼인의 권리를 성소수자에게도 보장하라며 동성혼 법제화 소송에 나선다.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혼인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행정 처분에 대해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소송을 제기하고, 현행 민법의 위헌성까지 다투는 것은 처음이다.

10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혼인평등연대 등이 모인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은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소송에 나선 22명은 장기간 함께 살고, 경제 공동체를 꾸리는 등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다. 이들은 구청에 혼인 신고를 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현행 민법에는 근친혼이나 중혼이 아닐 것, 결혼 적령에 이를 것 등을 제외하고 동성 부부 혼인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국내에선 2014년 처음으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 신고 불수리에 대한 불복 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접수했지만, 각하됐다.

이번에 이들이 제기하는 혼인 평등 소송은 크게 두 갈래로 이뤄진다. 11일 동성 부부 11쌍이 혼인 신고 불수리 통지서를 바탕으로 관할 법원인 서울가정법원과 4개 재경지법,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에 불복 신청 소송을 제기한다. 이후 각 법원에 이성 부부 혼인만 허용하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따져달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고, 기각되면 당사자들이 직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부부와 부모의 정의에 동성이 포함되도록 법을 개정하는 입법 운동까지 벌인다.

이 소송은 지난 7월 대법원이 김용민씨의 동성 배우자 소성욱씨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에 이어지는 흐름이다. 대법원 판결 2주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씨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했고, 현재까지 이 자격을 취득한 동성 부부는 김용민·소성욱씨를 포함해 최소 4쌍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12명의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이끌게 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조숙현 변호사는 “현행 민법은 동성 부부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등의 소송을 진행할 때도 가족 제도가 붕괴된다고 우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등이 실현됐다”며 “동성혼 법제화는 동성 부부 권리를 위한 것이지만, 가족법 내에 남아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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