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명태균’ 어떻게 막을까…비공표용 여론조사 제도 손질해야

2025-04-24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각종 비공표용 선거여론조사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다. 왜 외부에 공표하지도 않을 여론조사를 하고, 이를 조작했을까. 명씨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조사 결과를 선관위 측에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난 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보낸 ‘선거제도 개선안’에는 비공표용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를 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당을 제외한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사와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도 조사 결과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명씨 사례처럼 여론조사업체, 언론사, 후보자가 공모해 조사 결과를 조작해도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조작해 유출하면 여론이 오염된다. 여론조사에 인지도 낮은 후보를 포함해 대중에게 알리거나, 의도된 질문으로 어떤 후보에 대한 편견을 심을 수도 있다. 명씨는 미등록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등을 활용해 미공표 여론조사를 돌렸다. 제보자 강혜경씨의 녹취록에 따르면 2022년 2월28일 명씨는 강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하면서 “연령별 가중치를 나중에 줘서, 어차피 공표할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여론조사기관 등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의 역량과 실적을 평가해 대중에게 공개하면 자연스럽게 부실 악성 업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취지다. 선거 전후에만 평가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선관위는 여심위 산하에 평가위를 설치해 감독하는 방안, 여심위가 평가위 예산만 감독하되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방안, 여론조사업체·정당·언론·통신사 등 여론조사 관계자들 주도로 평가위를 구성하는 방안, 평가위를 구성하지 않고 외부 기관에 평가를 맡기는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고발되거나 1000만원 이상 과태료가 부과된 여론조사업체는 이름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론조사 범죄 공소시효를 현행 ‘선거일 후 6개월’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여론조사 범죄로 여심위 등록이 취소된 업체는 4년간 재등록을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명씨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를 시행해 결과를 공표한 혐의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명씨가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도 2019~2022년 여심위로부터 4차례 고발, 1차례 과태료, 3차례 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문제없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선관위는 선거여론조사를 개시하기 전에 선거구민에게 조사 일정을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하자고 제안한다. 조사 일정을 사전 공개할 경우 특정 정치인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여론조사에 참여해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선관위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업체 3곳이 후보 2명의 지지율 격차를 조사한 결과를 분석하니 최대 14%포인트 차이가 났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여론조사를 맹신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는 표본집단을 조사해 유권자 전체의 의견을 추정하는 방식이라 필연적으로 ‘표본오차’가 발생한다. 정치·사회적 상황의 영향 등에 영향을 받는 ‘비표본오차’도 발생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절대적인 수치로 받아들이기보다 불확실한 선거 상황에서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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