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식탁

2025-01-3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패스트푸드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 20일 취임 첫날 그의 백악관 집무실엔 콜라버튼이 4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그는 첫 임기 때도 이 버튼을 눌러 늘 즐기던 다이어트 콜라를 마셨다. 트럼프는 하루에 다이어트 콜라 12개를 마신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맥도널드 한 지점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감자튀김을 조리하며 “나는 맥도널드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트럼프가 첫번째 임기에 통밀곡식과 샐러드를 강조하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학교 급식을 냉동식품과 육류로 바꾼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잔반을 줄이고 아들에게 상식적 음식을 주기로 했다”는 게 트럼프 정부 해명이었다. 트럼프 1.0 시대 식탁의 민낯이었다.

트럼프 2.0 시대의 식탁은 다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의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2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HHS) 장관 후보자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조카이며 환경을 파괴하는 대기업들과 싸워 온 환경 전문 변호사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11월 트럼프 지지 뒤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후 트럼프 후보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캠페인 핵심은 미국 식품 공급망의 70%에 이르는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같은 초가공 음식을 줄여 미국인을 비만에서 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 급식에서 가공식품을 배제하고 패스트푸드용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환경운동단체들이 해왔던 주장이다. 그가 만약 복지부 장관에 취임하면 식품산업은 물론이고 미국인의 식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은 많다. 먼저 인사청문회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했다. ‘우유 살균 반대’도 그중 하나였다. 인사청문회도 과거 발언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그는 “백신을 지지하고 안전을 찬성한다”며 진땀어린 해명을 해야 했다. 청문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초가공식품의 대명사인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를 사랑한다고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가 사랑한다는 햄버거와 콜라 같은 초가공식품을 제외하지 않고는 미국인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0 시대의 식탁에 내가 삐딱한 시선을 갖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2.0 시대 식탁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초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이민 규제 강화와 주변 국가 수입품 관세 인상도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 신선농산물 절반 이상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된다. 또 미 농업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는 2022년 기준 60%가 넘는다. 따라서 반이민과 관세 강화 정책은 건강한 밥상의 핵심인 신선 채소와 과일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는 중산층 이하 계층의 초가공식품 의존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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