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멕시코 킬러’ 있다

2026-01-01

이동경(29·울산HD)은 도쿄올림픽 8강 무대에서 멕시코 골망을 두 번 흔들었다. 그가 이번엔 월드컵 무대에서 멕시코 땅을 밟고 멕시코와 맞붙는다.

한국은 오는 6월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 패스 D 승자와 경쟁한다. 멕시코는 2차전 상대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국가대표 공격수 이동경은 “어린 시절부터 난 큰 무대에 강했다. 월드컵에 나가고 멕시코전 출전 기회가 온다면 올림픽 때처럼 멋진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동경과 멕시코의 인연은 2021년 도쿄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경(東炅)이란 이름 때문에 ‘도쿄(東京) 리’라고 불리며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던 그는 8강 멕시코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2골을 터뜨렸다. 비록 팀은 3-6으로 패했지만, 이동경의 왼발은 멕시코 수비진을 두 번이나 무너뜨렸다. 그때부터 이동경은 ‘멕시코 킬러’로 각인됐다.

5년 만에 찾아온 재회의 기회. 이동경의 현재 폼은 최상이다. 그는 2025시즌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13골·12도움)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울산은 9위에 그쳤지만, 이동경 개인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도쿄올림픽 이후 주가가 오른 이동경은 2022년 1월 독일 2부리그 샬케로 임대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같은 해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듯했다. 그러나 샬케 입단 직후 부상으로 쓰러졌고, 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월드컵 출전도 좌절됐다. 결국 2023년 6월 국내로 유턴했다.

이동경은 독일에서 겪은 실패로 더욱 독해졌다. 그는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세게 틀지 않고 지냈다. 실내와 온도 차가 크면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주변에선 ‘더위를 참다니, 지독하다’고 놀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작년 전역한 날 군복도 안 벗고 곧장 울산에 합류했다.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구단 관계자들이 ‘집에도 안 다녀왔냐’며 놀라더라”고 기억했다.

이동경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왼발 슈팅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중국전(3-0승)에서 마법 같은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 슛 골을 터뜨렸고, 9월 월드컵 개최국 미국과의 원정 평가전(2-0승)에선 기술적인 왼발 힐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중앙은 물론 측면 미드필드까지 오가는 멀티플레이어에 패스 정확도도 높다.

이동경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국내파 선수 중 단연 돋보인다. “‘소속팀 경기력이 좋아야 태극마크도 달 수 있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울산에 새로 부임하신 레전드 공격수 출신 김현석(1996년 MVP) 감독님의 지도를 받고 기량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 2026시즌엔 지난해보다 딱 1골, 1도움 많은 14골·13도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소원요?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이에요. 마음가짐, 컨디션 등 모든 초점을 월드컵에 맞췄어요.” 이동경의 2026년 각오는 간단명료했다. “내 축구 인생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 젖힐 것”이라고 다짐했다. ‘멕시코 킬러’가 올해 멕시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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