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피지컬 AI'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각·언어·행동(VLA) 모델 특화 데이터 확보와 전용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유태준 마음AI 대표(한국피지컬AI협회장)는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피지컬 AI 산·학·연 간담회'에서 “피지컬 AI 학습용 데이터는 로봇이 현실 세계의 작업을 학습·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이나 비전 AI와 달리 구하기 어렵고 수집 비용도 높다”며 “피지컬 AI 분야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라고 밝혔다.
피지컬 AI는 관성·중력 등 물리법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과 상호작용해 실제 현장에서 사람과 같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AI를 의미한다. 사람처럼 사고하고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로봇,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 사례다.
유 대표는 “LLM은 웹 크롤링 등을 사용해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지만 피지컬 AI 핵심인 VLA 모델은 행동 데이터가 필수”라면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시뮬레이터나 실증공간 등 충분한 인프라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피지컬 AI 경쟁력이 로봇·자율주행 등 데이터 확보에 달린 만큼 데이터 생성·검증·활용이 가능한 전용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유 대표 생각이다. VLA 학습에 특화된 디지털과 물리 복합 환경으로, 고품질 데이터 생성이 가능한 인프라와 기업 입주와 연구개발(R&D)까지 가능한 실증단지를 구축해 활용하자는 취지다.
유 대표는 “LLM이 막대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모델 사이즈를 키워 성능을 경쟁하는 것이라면 피지컬 AI는 경량화와 효율화 경쟁”이라며 “생성형 AI 등 LLM과 달리 로봇·자동차·가전 등 피지컬 AI가 탑재되는 하드웨어적 제약이 있어 기술 확보와 고도화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계 AI 선도국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데이터·인프라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구글·엔비디아·테슬라·오픈AI 등 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중국은 올해까지 1500억위안(약 29조원) 투자를 예고했다.
학계에서도 반도체부터 AI 모델과 하드웨어까지 '피지컬 AI 풀스택 국가'인 우리나라의 글로벌 시장 주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장영재 KAIST 교수는 “박사급 엔지니어 2명이 한 달 이상 작업한 공장 내 로봇 동선 최적화를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AI가 반나절 만에 구축하는 등 피지컬 AI는 제조업과 국가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라며 “수많은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협업해 무인 공장을 운영하면 생산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기정통부는 사회·경제 전반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 확산 기반을 신속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2차 추경에서 피지컬 AI 예산 426억원을 확보했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산업부 등 관계부처, 관련 생태계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