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권한대행 만나 “한·미 동맹의 힘 재확인”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들 분향소 찾아 조의
이임을 보름가량 앞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막판까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행보에 애쓰는 모습이다. 덕분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악화한 한·미 관계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3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과 함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했다. 최근 한국에 부임한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사령관과 유엔군사령부 사령관도 겸임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과 대화를 나눈 뒤 골드버그 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힘과 상호 관심사 및 공동의 가치 증진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석한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틈탄 북한의 도발 우려와 관련해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대비 태세는 철통 같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버그 대사는 전날인 2일에는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만났다. 김 직무대행은 12·3 계엄 사태 직후 사임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구속기소)을 대신해 우리 군을 이끌고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자신의 이임이 얼마 안 남은 점을 감안한 듯 이날 회동을 ‘고별 면담’(farewell meeting)으로 규정하며 “미국은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들과 함께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철통 같은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참사가 일어난 직후 “한국 국민들과 마음을 함께하겠다”고 밝힌 골드버그 대사는 같은 날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도 찾아 조의를 표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 어려운 시기에 유가족 분들과 한국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여기서 ‘이 어려운 시기’라는 표현에 눈길이 간다. 12·3 계엄 사태와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및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그리고 무안공항 참사가 연달아 일어나며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악화하고 한국인 다수가 의기소침한 현실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골드버그 대사는 연말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약간 아쉬움과 슬픔도 가지고 이임하게 됐다”며 “21세기에 상상하기 어려운 비민주적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대사로서 2년 6개월가량 근무한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본국으로 돌아가게 돼 마음이 무거움을 내비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골드버그 대사는 2022년 7월 한국에 부임했다. 그 직전까지는 콜럼비아 대사로 일했다. 미국의 직업외교관 중 최고 직급에 해당하는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인 골드버그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 만료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오는 20일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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