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 지금 바뀌어야... 미 농부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쿠킹]

2024-07-02

전세계 모두에게 필요한 식물성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미래세대와 함께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합니다. 지속가능성은 그런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주제입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미국대두협회(USSEC)가 주최한 ‘미국 대두 지속가능 컨퍼런스’에서 에드 라머스 미국대두위원회 부회장은 ‘미국 대두의 생산방식’을 소개했다. 5대째 가족 농장을 운영해온 에드 부회장은 발표 내내 지속가능성, 그중에서도 토지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택한 것이 대두·옥수수와 함께 소를 키우는 자연순환농법이다. 소는 농장에서 방목해 기르는데, 정해진 구역에서 풀을 뜯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구역으로 이동한다. 이때 소의 배설물이 토양에 양분을 제공한다. 여기서 한가지 차별점이 있다. 소가 떠난 토양을 분석해 양분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그리고 구역별로 어떤 양분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역별로 대두 등의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더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비료 등이 투입 비용을 줄이는 등의 경제적 효과나 자연 친화를 넘어, 원하는 생산량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미국 대두 농부들은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한 농지에 콩만을 재배하지 않고 다른 작물과 돌아가며 재배하는 윤작과 땅을 갈아엎지 않고 파종하는 무경운 농법 등을 시행하고 있다. 메리 하웰 인디애나 대두협회 이사는 “지속가능성에 미래가 있다고 믿기에 미국 대두 농가는 지속가능성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또 알리기 위해 미 대두 농부들은 자비를 들여 한국을 찾을 만큼 열정적이다. 이러한 원동력엔 가족이 있다. 미국 농가의 95%가 가족농으로,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대를 이어 살아온 땅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들에게 지속가능한 방식은 더 좋은 땅을 물려주기 위한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자 신념이다. 에드 부회장은 “가족 사업인 농업은 내게 미래를 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지속가능한 농법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눈에 알 수 있는 수치는 탄소발자국이다. 미국 대두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탄소 발자국을 자랑한다. 블론크(blonk) 컨설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두의 탄소발자국은 0.39kg CO2eq/kg다. 이는 아르헨티나(5.56kg CO2eq/kg)와 브라질(5.75kg CO2eq/kg) 등 다른 대두 생산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미국은 그중에서도 토지이용변화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그 비결로 꼽는 것이 기계화 및 정밀 농법, 그리고 CRP다. CRP는 미 농무부의 환경보존 보호 프로그램으로, 토지 침식이 우려되는 땅은 최소 15년간 휴경지를 유지해야 한다. 이때 정부는 그 대가로 금액을 지원한다. 애비 린 미국대두협회 지속가능성 이사는 “1930년대 미국은 지나친 농경지 개발 등으로 흙을 지지하던 초지가 사라지며 대규모 모래 폭풍이 일어나 뉴욕까지 날아가는 등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토양 보존 정책을 펼쳤고, 많은 농가가 지속가능한 농법을 실천하며 CRP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대두 생산을 검증하는 ‘미국 대두 지속가능성 보증규약(SSAP)’을 수립하고, 생물 다양성 및 고탄소 생산, 생산방식, 국민과 근로자 보건복지, 지속적 발전 등의 지침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목표도 구체적이다. 2025년까지 미국 대두 농가는 토지 사용 영향 10% 감소, 토양 침식 25% 감소, 총 에너지 사용 효율 10% 증가, 온실가스 배출량 1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SAP는 단순히 농가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서를 제공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재배한 대두가 지속가능한 법으로 생산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재배된 대두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대두 가공품에 있는 미국 대두 지속가능성 인증 로고(SUSS)다. SUSS는 대두 가공품(대두유·두부·장류·두유 등) 중 60% 이상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미국대두를 사용했을 때 부착할 수 있는 로고로, 현재 18개 국가에서 100여개의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속가능성 로고가 부착된 제품은 1000여개가 넘는다. 한국에서는 사조대림이 장류와 두부 제품에 로고를 부착한 데 이어 최근 아워홈도 동참해 두부에 지속가능성 로고(SUSS)를 적용했다. 이러한 로고는 소비자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과는 놀랍다. 장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사조대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조대림은 장류에 지속가능성 로고, SUSS를 부착한 후 매출이 24% 상승했다. 이승훈 사조대림 구매 팀장은 “후발주자였던 만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고 적용했는데, 그 결과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현재 14개 제품에 로고를 부착했으며 향후 다른 제품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석 미국대두협회 한국 대표는 “다른 식품회사들도 지속가능성 로고 부착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사의 결정만큼 중요한 게 소비자들의 목소리”라고 말하며 관심을 부탁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농산물의 경우 국내산을 선호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주목할 만한 해외 사례가 소개됐다. 먼저 한국과 유사하게 국내산 농산물을 선호하는 정서가 있는 동남아의 사례다. 티모시 로 미국대두협회 동남아지역 국장은 “동남아 시장의 경우 정부 지원이 적기 때문에 농가는 시장에 의존하는 농업을 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이익을 내는 비즈니스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결국 현지 자연환경과 여건에 맞게 생산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옥수수 재배가 이익이 되고 그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다면 옥수수는 재배하고 대두는 수입하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소량이긴 하지만 산꼭대기에서 대두를 재배하는 지역이 있는데, 이것을 아래 공장까지 가져오는 물류비용을 생각하면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어렵다. 티모시 국장은 “결국 작물 재배하는 농업이 이익을 내고 사업으로서 지속성이 있다면 하는 게 맞지만, 환경과 수송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그렇지 않다면 지속가능성을 생각해 수입을 선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콩 자급률이 낮은 대만과 일본 사례도 눈여겨 볼만하다. 대만은 섬나라 특성상 천연자원이 부족해 1인당 미국 농산물 소비량이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줄리안 린 미국대두협회 대만 대표는 “대만의 전체 국토에 대두 종자를 파종해도 대만 국민이 먹을 수 있는 1년 치 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대만은 원료를 수입해 제품화해서 수출을 많이 하는데, 이런 실정에 맞는 비즈니스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콩의 70%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하게 생산된 대두를 사용한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식품 회사인 닛신푸드는 앞서, 2019년 원료의 100%를 SSAP인증을 받은 미국산 대두 사용을 알리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한국은 어떨까. 이형석 미국대두협회 한국 대표는 낮은 대두 자급률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경우 국내 생산된 콩은 14만1000톤으로 실질적인 자급률이 5% 정도에 불과하다. 즉, 100명 중 5명은 국내서 생산된 콩을 먹고 95명은 수입산 콩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콩 수입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이 보장된 안전한 공급처에서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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