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2000년대 66.6%서 20년새 92.9%로 급증
목표주가 토대 예상수익률도 실제와 차이
“신뢰성 우려 불가피···이해상충 개선해야”

최근 4년간 주식시장에서 ‘사라’는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의견이 투자 권유의 90%를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 5000’에 대한 장밋빛 구호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 분석의 신뢰성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2일 공개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 보고서를 보면 국내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서 ‘매수’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66.6%에서 2010년대 88.8%로 증가했으며, 2020년대에는 92.9%에 달했다.
매도 의견은 2000년대 1.6%에서 2010년대 0.1%로 줄어든 뒤 비슷한 양상을 유지했다. 보유 의견은 2000년대 31.1%에서 2020년대 6.8%로 떨어졌다.
보고서를 쓴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해상충 가능성”이라고 꼽았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소속된 증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고, 상장기업·기관투자자 등 고객들을 의식하면 관련 주식에 부정적 분석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팔게 만들면 수수료가 생기기 때문에 매수 의견을 내 포트폴리오 조정을 유도할 유인도 크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은 목표주가를 토대로 계산한 예상수익률과 실현수익률과의 차이로도 나타났다. 2020년 이후 제시된 목표주가를 기준으로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예상수익률은 평균 36.1%였다. 반면 실제 실현된 수익률은 11.5%에 불과했다. 3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업무 부담도 낙관적 편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담당 종목이 많을수록 매수 의견을 제시하는 확률이 높아지고, 목표주가의 예측 오차가 커지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한 분석을 필요로 하기에 업무 부담이 크면 낙관적 편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는 애널리스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 20년 이상 누적·고착화되면서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 됐으며, 이에 애널리스트의 이해상충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개수수료와 리서치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하도록 분리해 기관투자자 등에 대한 종속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감독당국과 자율규제기구는 애널리스트의 객관성·독립성을 확보하고자 2002년 증권업 감독규정 개정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라며 “하지만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