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돈 16조인데 자사주 매입에 10조 쓴 삼성전자…투자 실탄 마른다[시그널]

2025-07-21

삼성전자(005930)가 1년간 매입하는 자사주 10조 원은 1분기 국내 설비투자금(CAPEX·자본적지출)과 맞먹고 국내 법인 보유 현금성 자산의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사주 매입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자사주 매입·소각 압박이 커지면 실제로 투자 여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새 정부 출범 후 증시 부양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나아가 집중투표제,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을 밀어붙이면서 ‘과속 입법’이 오히려 기업들의 투자 실탄을 마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집계한 시가총액 상위 100대 상장사의 연결 기준 자사주 매입과 설비투자 규모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기업들은 총 22조 435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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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삼성전자는 5조 4616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100대 기업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개별 기준 설비투자금은 9조 8986억 원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법인의 현금성 자산은 3조 2884억 원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53조 원에 달한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전 세계 법인을 합친 숫자여서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쓰기에는 제한이 뚜렷하다.

특히 제조업이 중심인 국내 기업에게 미국의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라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기술기업들은 막대한 연구개발비(R&D)를 뺀 뒤 배당에 사용하지만, 국내 기업은 설비 투자 비용이 고스란히 자산으로 잡히고 이를 수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하기 전에 주주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강조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매입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한 상태다. 이로 인해 기존에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경영권 거래 전문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주주권 보호가 강한 미국도 경영권 보호와 세금 등의 보완 장치를 갖고 있다”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같은 부작용이 터지기 전에 단계적으로 보완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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