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해왔다. 그중 영국은 가장 선도적인 국가로 꼽힐 만하다. 2022년 영국에서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진행된 주 4일 근무 실험에서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보였고, 참여 기업 중 92%가 이 제도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후 영국 내 200개 기업이 동참해 영구적인 4일 근무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공공 부문에서도 주 4일제 논의가 뜨겁다. 잉글랜드의 사우스케임브리지셔 의회는 2023년 3개월가량의 주 4일 근무 실험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4일제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 밖에도 런던 지하철 기관사들은 단체협상 중 더 나은 임금과 4일 근무제를 포함한 조건을 제안받은 후, 지난해 11월 예정이었던 파업을 철회했다.
한편 최근 영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주 4일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압축형 주 4일제로, 주 4일간 근무하고 3일을 쉬는 방식의 유연근무 형태이다. 영국 교육부 장관 재키 스미스는 압축근무제가 가져올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 유연한 육아 참여, 구직자의 노동시장 참여 기회 확대 등을 근거로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4일제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조 라일은 단순히 근무시간을 압축하는 것만으로는 일·생활 균형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이러한 시도가 완전한 주 4일제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압축근무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보면 압축근무를 택한 노동자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생활 균형이 개선된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노동자의 임금이 유지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제도는 출퇴근 횟수를 줄여 노동자의 시간을 절약하고,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나 다른 부양 가족을 돌봐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압축근무제가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압축근무제를 시행하면, 주 5일 동안 하루 7.5시간씩 근무하는 대신, 주 4일 동안 하루 9.4시간씩 근무해야 한다. 이는 하루 노동시간이 기존보다 약 2시간 더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연구에서 강조하듯 장시간 노동은 근무 중 실수와 사고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장시간 교대근무는 산업재해 및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오랫동안 연구되어왔다. 이 밖에도 장시간 노동 후 퇴근길 교통사고의 빈도도 일반 퇴근 후 사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축 주 4일제의 효용을 고려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다. 특히, 압축근무제가 제도화된다면, 주 3일 동안 12.5시간 근무하는 방식, 혹은 주 2일 동안 18.75시간 근무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기에, 일일 장시간 노동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다수 연구자들은 이를 우려하며 충분한 가이드라인과 보호 조치를 요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반도체특별법을 바탕으로 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외로 두어, 산업의 필요에 따라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해당 논의에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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