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AI생태계 구축 위한 저작권

2025-10-27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인류의 삶을 바꿔왔다. 그 변화는 지식과 문화를 창작하고 향유하는 방식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 중심을 관통한 것이 바로 ‘저작권’ 제도다. 15세기 인쇄술이 지식의 대량 복제를 가능하게 하자 창작자의 권리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며 1710년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앤여왕법’이 탄생했다. 이는 창작자에게 독점적 권리를 인정해 더 큰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는 현대 저작권 제도의 출발점이 됐다.

인쇄술이 ‘복제’의 혁신이었다면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은 ‘유통’의 혁신을 가져왔다. 콘텐츠가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확산되며 문화적 풍요를 안겨주었지만 불법 복제라는 그림자도 짙어졌다. 이에 각국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저작권조약 체결 등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며 기술의 혜택은 포용하되 창작의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또 한 번의 거대한 기술적 변곡점 앞에 서 있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저작물 복제·유통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인쇄술·디지털 혁명과는 또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수많은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AI로 생성한 산출물은 보호할 수 있는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의성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우리는 창작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가.

이 복잡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일부는 AI 학습 데이터 이용에 대한 저작권 면책 규정 도입을, 다른 일부는 저작권자의 명시적 허락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인간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들이 계속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인쇄술의 등장 이후 저작권 제도가 창작자와 출판사, 그리고 공중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왔듯 이제는 AI 개발자와 창작자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콘텐츠 강국이다. 우리의 독창적인 문화와 이야기가 K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근간에는 창작자의 노력과 열정을 보호하는 견고한 저작권 제도가 있었다. 다가오는 AI 시대의 파고 속에서 K콘텐츠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하려면 우리의 저작권 제도 또한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

이에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 기술과 창작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먼저 AI 기업이 저작물을 학습용 데이터로 사용할 때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 이용 제도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AI 기업은 양질의 데이터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AI 학습용 데이터 거래 체계를 구축해 상생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나아가 저작권 걱정 없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공유 저작물의 개방을 대폭 확대해 AI 산업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과 창작이 서로를 발전시키는 AI 시대에 창작의 가치가 온전히 존중받고 우리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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