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과 이승만의 당부

2025-07-21

“정말 벤저민 프랭클린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명예교수에게 한국 정치의 양극화에 관해 물었더니 돌아온 말이다. 그러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라고 했던 프랭클린 대통령의 말을 꺼냈다.

프랭클린은 100달러 지폐에 초상화가 새겨진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도 1945년 귀국 일성으로 같은 말을 했다고 하자, 그는 “미국 정치가 최악으로 변하고 있다”며 “미래 지도자들은 현재의 미국을 보고 뭘 배울지 걱정된다”고 했다.

슈미트 교수는 여야에 대한 상호 존중과, 정쟁보다 정책에 초점을 맞춰온 언론을 미국 정치를 지탱해온 핵심 요소로 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무너졌다”며 “정치인들은 서로를 모욕하고 언론은 자극적인 말만 쫓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결 정치는 외교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 정책엔 동맹에 대한 배려는 없다. 안보에서도 ‘회비’를 안 내면 멤버십을 취소하겠다고 압박한다. SNS를 통해선 가장 모범적 동맹 관계로 평가받아온 72년간의 한·미 동맹마저 ‘머니 머신’ 한국이 미국을 약탈할 수 있었던 방패막이 정도로 취급하는 트럼프의 말이 확대·재생산된다.

유럽의 주요 3국인 영국·프랑스·독일은 ‘미국 없는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영국은 프랑스와 핵무기 운용 협력에 합의했다. 독일과는 무기 공동 개발과 상호 군사 지원 협정을 맺었다. 2차 대전 때 적국이던 양국이 군사동맹 수준의 협력을 맺은 첫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미국의 역할 축소에 대비한 보완적 비상 플랜”이라고 평가했다. ‘뭉쳐야 산다’는 공감대다.

한국은 아직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관세나 안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나오면 보수진영에선 “이게 다 이재명 때문”이라며 잔치가 벌어지고, 진보진영에선 “아니다. 윤석열 때문이다”라며 맞선다. 정치권도 편승해 서로를 적(敵)으로 공격한다.

슈미트 교수는 “북한과 대치하며 원래 위험했던 한국은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위기 때 정치는 의견 차이를 제쳐놓고 합의할 수 있는 공통의 해결책을 찾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 건너에서도 보이는 위기를 한국만 모른다는 의미다.

노교수는 이어 “한·미 정치권에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며 “당장 양국의 현재를 있게 한 두 건국의 아버지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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