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올림픽’ 때를 탔다

2025-07-21

작금의 글로벌 동태는 한반도 남북한을 중심 축으로 돌아가는 팽이 운동과 흡사하다. 3년째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부터 한국의 포탄과 탄약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 전쟁무기의 급속한 투입으로 이어지더니, 전쟁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는 러시아가 북한군을 끌어들이어 전쟁 당사자로 만들고 초기 3천명에서 이제 1만 명, 2만명의 대군사작전을 감행하는 본격적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상황 자체는 평화를 사랑하는 한반도 민족국가와 국민의 정서에 완전 배치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희망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편입하게 되는 국제질서의 냉엄한 운항 속에서, 남북이 비극적 상잔의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여왔던 치열한 투쟁과 노력의 극적인 전환이다. 이 글로벌 국가분쟁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평화를 위해 한국이 주요국가의 입지로 나서게 된 천지개벽 같은 현실인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엊그제 취임 6개월을 맞아 ‘미국, 가장 존경받는 나라 돼’라고 했고, 같은 날 ‘미국인 60%가 트럼프 관세정책 반대’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 트럼프 1기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스티븐 비건은 국내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동맹의 목적을 재검토하고 인도, 태평양에 자유시장,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일에 어떻게 통합될지 고민하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필요한 일이었다"고 했다.

일촉즉발의 전쟁발발 위험 기류로 대치한 한반도의 긴장과는 전혀 딴판의 별천지에서나 나올 법한 언급이다. 중국의 대만 침략처럼 엄중한 동아시아 정세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핵 등 예민한 국제문제가 해결의 단계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런 때 일본의 여당이 며칠 전 참의원 선거에 패배해 일본 내 분위기가 어수선한데도, 일본 축구협회가 2046년 한중일과 인도네시아 4국의 통합 월드컵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월드컵 우승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2036년 전주 올림픽’ 유치에 진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겐 비할데없이 중요한 메시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미 ‘2050년 월드컵 우승’을 2년 전에 천명했다. 그에 앞서 중국을 포함하는 4개국 월드컵을 유치한다는 일본의 선언이 중국에 어떤 정서적 실질적 반향을 불러올지 주목되지만, ‘전주올림픽’의 ‘2036년’이라는 시기가 적절한 타이밍으로 날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할 참이다.

중국과 일본이 스포츠 대회를 국제간 주요 이슈로 끌어가게 되면 한국과 더불어 동양3국의 스포츠 강국 실상이 세계에 자꾸 부각될 수밖에 없다. 많이 떠들썩해야 주목을 받고 주목받아야 붐을 일으키는데 전주가 국내의 전력을 모아 매진한다해도 각국이 자진해서 ‘전주올림픽’을 외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문제가 해소될 판이다.

유력 경쟁자들의 실상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 독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히틀러 트라우마’ 때문에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림픽에서 스포츠 약체다.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이집트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이 한국과 어울려 ‘전주 올림픽’에 박자를 맞추면 미주와 유럽의 IOC위원들로부터 대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남북한의 군사력이, 또 남한의 경제력과 K-팝 문화 한류가 지구를 떠들썩하게 만들수록 지구촌에 주는 무의식적 홍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미국이 관세로 한국과의 마찰을 일으키는 자체도 마케팅이다. 앞으로 북미 회담과 남북접촉 등 한반도 팽이도 전주올림픽을 위해 거침없이 돌아갈 태세다.

노상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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