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해보니 딱 하루 행복하다" 자오즈민 아들, 안병훈 고백

2025-04-07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병훈(33)은 스스로를 박하게 평가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PGA 챔피언십에서 장타 1등을 하는 등 지난해 장타 3위(평균 317야드)다.

“발사각과 스핀 등이 효율적이라서 멀리 나가는 편이지만, 나보다 볼 스피드 빠른 선수가 30명은 될 거다. 연습장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드라이버 치는 걸 보면 ‘어떻게 저렇게 정확히 멀리 치나’ ‘저 선수랑 경기하면 힘들겠다’ 등의 생각이 든다.”

2018년, 샷이 좋아 퍼트만 받쳐 줬으면 엄청난 시즌이 됐을 텐데.

“그땐 퍼팅이 안 될 때가 많았다. 돌아보면 샷이 좋으면서 퍼팅도 잘하기는 쉽지 않더라.”

그해 두 번 우승 기회에서 당시 핫했던 브라이슨 디섐보, 더스틴 존슨을 상대한 게 불운 아니었을까.

“캐나디안 오픈에서 존슨은 정말 잘 쳤다. 타수 차가 3타나 됐다. 디섐보와의 경기는 그의 실수로 연장에 갔으니 꼭 그런 건 아니다.”

오는 9일(한국시간) 마스터스 개막을 앞두고 안병훈을 최근 PGA 투어 대회장에서 인터뷰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그가 자신에 대해선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인 선수라는 걸. 또 그의 말은 설탕을 치지 않아 매우 담백하단 걸. 그는 주니어 시절 최고 선수였다. DP 월드 투어에서 두 번 우승했다. PGA 투어에서도 여러 번 우승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세 차례 연장전 등 준우승만 4번(3위는 5번)이다.

부모님이 국가대표였던 1980년대에는 ‘지면 죽는다’라는 분위기였다. 강하게 가르치셨나. (부친 안재형은 한국, 모친 자오즈민은 중국 탁구대표였다.)

“다른 부모님들이 아이를 푸시하는 건 많이 봤는데, 아버지는 한 번도 안 그랬다.”

부모님 기대가 크지 않았나.

“‘선수로서 뭔가를 이뤄야 한다’ 등의 말은 안 하셨다. 마음속엔 많았겠지만.”

전반적으로 잘 나갔는데, 스윙을 고쳤다.

“2020년을 페덱스 랭킹 33위로 끝낸 후 ‘30위 안에 들려면 시간이 걸려도 틀을 깨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2부 투어에도 내려갔다. 그래도 지난해에 30등 안(21위)에 들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5~6년 전보다는 골프를 훨씬 더 잘 치는 것 같다.”

안병훈은 지난해 소니오픈 연장전에서 1.3m 버디 찬스를 잡았다. 상대였던 그레이슨 머리는 12m 버디를 넣었는데, 안병훈은 넣지 못했다. 머리는 4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머리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놀랐다. 알코올 중독 같은 힘든 과정을 겪는 건 알고 있다. ‘우승했으니 좀 편해졌겠구나’ 생각했는데.”

우승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전혀 아닌 것 같다. 나도 지난해 한국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보니 행복한 건 딱 하루더라. 그다음에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연습하고 또 다음 경기 준비하고. 경기할 때는 목숨 걸듯이 하지만, 딱 끝나고 나면 골프는 그저 골프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특히 자녀에게.

“뭘 해도 정말 열심히 했던 사람.”

아버지 모습이 투영된 건가.

“아버지가 탁구를 제일 잘했던 분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훨씬 더 잘 쳤을 거다. 어머니는 진짜 넘버원(세계 1위)까지 찍었던 분이니까. 그래도 어머니는 ‘아버지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며 자랑스러워 한다. 나도 선우(아들)를 낳고 나서 골프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런 이유 때문인 듯하다.”

(상금이 제일 많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두 번 우승과 마스터스 한 번 우승 중에서 고르라면.

“마스터스다. 와이프랑 식사하면서도 그 얘기를 했다. 골프의 신이 나타나서 ‘(평생) 메이저 대회 하나 우승할래 아니면 5년간 매년 일반 대회 하나씩 우승할래’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메이저 우승이다. PGA 투어 우승도 해야 하지만, 임팩트 있는 메이저 우승을 하나라도 꼭 하고 싶다.”

오래 기다렸으니 골프의 신이 제일 좋은 것을 줄 것 같다.

“말은 그렇게 해도, 신이 (우승을) 가져다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누가 주는 게 아니고 내가 얻어야 하는 거다. 만약 우승을 안 주더라도 그건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일 것 같다.”

매주 짐을 싸서 다음 전장으로 떠나는 골프 선수들의 여행에 동참해봤습니다. 4억 달러 ‘골프 전쟁’ 종군기, PGA 투어 뒷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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