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로 그녀는 해방됐다, 말기암 아내에 전한 마지막 말

2025-02-04

엄마 나이 또래 환자분이었다.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는지 물으면 선한 눈빛의 그녀는 늘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을 건넸다.

“고마워요. 고생했어요.”

처치가 끝난 뒤에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생략한 적이 없었다.

말기 암환자였지만 의연했다. 통증 간격이 짧아지고 속이 메슥거려 물조차 넘길 수 없었으며, 폐 기능까지 저하돼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받아야만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두려워하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게 몸에 배어 있던 그녀였기에 아마도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면 가족들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는 걸 아는 듯했다. 그렇게 고통과 불안을 속으로 홀로 삼키며 내색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했다.

여느 때처럼 나는 환자들의 활력 징후 측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기력이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가장 먼저 발걸음을 향했다. 안 그래도 부어 있었던 몸의 부종이 더욱 심해져 이제는 혼자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오늘따라 더 어지럽네요….”

혈압 수치가 정상 미만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생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듯 보였다. 담당 의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집중 처치실로 옮겼다. 혈압을 높이기 위해 생리식염수를 빠르게 주입했으나 변동이 없었다. 반복해서 주입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승압제를 투약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담당 의사는 승압제 용량을 두 배씩 늘려보자고 했다. 그래도 혈압은 그대로였다.

의사가 그녀의 남편을 치료실 밖으로 불러냈다.

하루이틀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말을 그에게 전했다.

혈압이 계속 떨어진다면 더는 손 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의식이 온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선한 눈빛은 여전히 또렷하고 선명했다. 분명 아주 어지럽고 힘들 텐데도 언제나처럼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당신에게 곧 임종이 가까워져 온다는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려 애쓰는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그런 그녀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여 나는 수십 번 발걸음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상태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내가 침상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곁을 지키던 남편이 머뭇거리면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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