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그의 대중 정책 ‘시그니처(signature·대표적인 특징)’라 할 수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시점부터 보면 6년 만의 ‘권토중래’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하며 당선됐다. 제1기 때와 비교해도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부과하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앞세워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귀환에 대해 중국은 오히려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 근거는 첫째,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상인 출신의 트럼프는 이미 한 번 겪어본 상대다. 중국은 트럼프가 협상에 임할 때 나타나는 ‘흥정 패턴’을 안다. 그의 당선 이후 ‘병사가 오면 장수로 막고, 홍수가 나면 흙으로 막는다(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 중국에서 회자하는 이유다.
둘째, 현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집권 후 트럼프의 대중정책을 철회하기는커녕 동맹국을 규합해 중국을 서서히 조여오는 봉쇄전술을 폈다. 그것도 ‘생각이 다른’ 이념, 가치관 문제와 엮었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현실에 기초한 무역의 실질적 ‘이해득실’로 거래한다. 트럼프의 접촉방식이 ‘터프(tough)’할 수 있지만, ‘상호이익’의 접점에서는 문제해결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셋째, ‘불예측성’을 동반한 강력한 압박 전략을 쓰는 트럼프 리더십이 중국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과거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회개혁’과 ‘자력갱생’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가령 중국의 대미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21.8%에서 2023년에는 14.8%로 감소했지만, 중국 전체 대외수출액은 9000억달러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미·중 무역전쟁과 바이든의 ‘디커플링’ 전략을 거치며 오히려 중국 무역은 다원화가 진행됐다. 특히 ‘전기차’, ‘리튬이온전지’와 ‘태양패널전지’는 물론, 거국체제를 동원한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 진행은 트럼프 2기 시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해갈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 중국은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기구 및 유럽연합과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다자주의 행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기존 BRICS에 새로 가입한 국가들을 포함한 확장 형태)와 전략 소통 및 협력 강화는 물론 ‘글로벌사우스’ 국가들 발전에도 앞장서며 트럼프 2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절대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인 대만 문제 역시 중국은 기회로 본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말하는 트럼프는 대만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치르려 하지 않고,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돈을 쓸 생각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대만은 방어를 위해 미국의 군사무기를 더 사야 하고, 보호비를 지불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는 결국 트럼프가 대만과 대륙(중국)을 같은 체급으로 보지 않고 ‘(대만에) 어떤 가격을 받을 수 있나 혹은 (중국에) 어떤 가격에 팔 수 있느냐’는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태도는 대만이 중국에 팔리지 않으려면 ‘그만큼 더 비용을 지불하라’는 식이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전략적 공간과 여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국봉 한국한중의원연맹 초대국장·시베이(서북)사범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