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던 ‘딸기시루’ 개명 후 ‘대박’…이번엔 ‘설기’다, 3탄은? [밀착취재]

2025-02-23

‘오픈런 대란’ 딸기시루 2탄 ‘딸기설기’ 출시

전날·새벽 대기…연인 위해 찾은 男 특히 多

성심당 “하얀 백설기서 착안…3탄도 나온다”

“오빠, 딸기 시루가 하얘졌대”

지난 17일 오전 6시쯤 대전 중구 ‘성심당 케익부띠크’ 앞. ‘계단으로 내려가 대기’라는 안내판을 따라 바로 옆 지하상가로 내려가니 오픈 2시간 전임에도 이미 100명 이상의 무리가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에서 지난 11일 새롭게 출시한 ‘딸기 설기(화이트 딸기 시루)’를 구매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었다. 긴 웨이팅에 대비해 핫팩, 목도리, 방석, 간이의자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연인과 함께 오거나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홀로 온 젊은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앞줄에서 만난 직장인 강준호(34)씨는 “아침에 오픈런을 해야 살 수 있다길래 서울에서 전날 차를 끌고 내려왔다”며 “여자친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고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평일에는 웨이팅이 좀 덜하다고 해서 연차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강씨가 보여준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강씨의 여자친구가 공유한 ‘성심당 화이트 딸기 시루’ 인스타그램 릴스 링크가 가득했다.

대학생 김시민(22)씨도 “경북 포항에서 첫 기차를 타고 여친과 함께 왔다”며 “나눠 먹은 뒤 오늘 대전 맛집 투어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씨와 함께 온 이영서(22·여)씨는 “지난해 딸기 시루를 어렵게 구해서 먹었는데 초코를 별로 안 좋아해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며 “이번엔 생크림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너무 기대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 외에도 서울이나 부산 등에서 전날, 새벽에 미리 출발해 대기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오픈 시간인 오전 8시가 다가오자 대기자는 2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여기가 딸기 시루 줄이 맞냐”며 헐레벌떡 뛰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오전 8시 정각 흰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내려와 1층으로 안내를 시작했다. 대기 줄은 길었지만 구매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성심당 관계자는 “평소 주말에는 300명 이상의 대기가 있는데 시간을 잘 맞추면 웨이팅이 없는 시간대도 많다"라며 “최근 밸런타인데이 전후로 특히 젊은 남성 구매자들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기자는 오픈 30분 뒤쯤 딸기 설기를 마주했다. 받아 드니 2㎏ 이상의 무게가 확연히 느껴졌다. 성심당은 딸기 시루의 인기가 높아지자 올해 제품을 수령할 수 있는 별도 매장을 바로 옆에 새로 마련했는데, 해당 매장에 들어서자 달콤한 딸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30여명의 직원이 빵 시트 위에 딸기와 크림을 쌓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성심당 딸기 설기는 오픈런 대란을 일으킨 딸기 시루의 두 번째 시리즈다. 이름은 왜 ‘설기’가 됐을까. 성심당 케익부띠끄 본점의 백지애 부장은 세계일보에 “딸기 시루가 시루떡에 감명을 받은 것처럼 하얀 백설기를 생각하고 제품명을 생각하게 됐다”며 “생크림 버전으로 카스텔라 시트에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임영진 성심당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딸기 시루’의 인기 비결로 ‘이름’을 꼽기도 했다. 임 대표는 “원래 이름인 ‘스트로베리 쇼콜라 케이크’였을 땐 판매가 거의 안 됐는데 이름을 바꾸고 판매가 많이 됐다”며 “검은색 시트가 시루떡 같아서 이름을 딸기 시루라 바꿨고 그게 히트가 됐다. 아내인 김미진 이사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2023년 2월 출시한 딸기 시루는 단단한 브라우니 시트 사이에 엄청난 양의 딸기와 초콜릿 크림을 아낌없이 넣어 입소문을 탔다. 보통 20알 남짓 올라가는 호텔 딸기 케이크와 달리 2.3㎏ 사이즈 기준 1㎏ 딸기 한 박스가 통째로 들어간다. 2.3㎏ 케이크 가격은 4만9000원으로, 10만~2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호텔 케이크와 비교되며 ‘가성비 케이크’로 유명해졌다. 케이크를 자르면 딸기가 ‘와르르’ 쏟아지는 모습이 SNS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매년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다.

3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 딸기 설기는 5만2000원으로, 4단인 딸기 시루와 달리 3단을 높게 쌓았다. 크기가 다른 2종의 딸기 시루와 달리 딸기 설기는 1종이다. ‘화이트’ 딸기 시루라는 별칭에 맞게 부드러운 카스텔라 시트 사이사이 하얀 우유 크림을 가득 넣었다. 안쪽엔 분홍색 딸기 크림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딸기가 가득 올라가 있어 일반 케이크처럼 띠지를 벗기고 잘라먹기보다는, 띠지 그대로 퍼먹거나 맨 윗단에 올라간 딸기를 따로 걷어내고 먹는 걸 추천한다.

강점은 역시 ‘딸기’였다. 신선하고 당도 높은 딸기의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오리지널 딸기 시루와 마찬가지로 크림의 단맛은 깊게 느껴지지 않았다. 빵 시트 역시 부드러워 딸기의 맛을 한층 살려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성심당 측은 일정한 딸기 맛의 비결로 ‘딸기 농장’을 꼽았다. 직계약한 충남 논산, 전북 무주의 농장 두 곳에서 제철 딸기를 ‘밭떼기’로 대규모 공급받는다. 매년 수요가 급증하자 최근엔 지자체 농협과 추가로 계약해 딸기를 수급하고 있다. 전 지점에서 소진되는 딸기 수량은 주말 동안에만 약 9t에 이른다. 이달 딸기 설기를 출시하면서 딸기 수급량을 30% 정도 더 늘릴 예정이다.

백 부장은 “딸기 시루 2.3㎏ 사이즈는 평일 기준 300개와 주말 800개, 딸기 설기는 평일 700개, 주말 1000~1200개를 생산한다”며 “평소 딸기 설기 수요가 많아 물량을 점차 늘리고 있어 오전에 일찍 품절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딸기 시루 3탄도 출시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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