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떠한 상황을 떠올리나. 그 전개를 예상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재빠른 환경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명확히 이해할 수도 없다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스트레스 상황을 맞닥뜨리면, 이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변화가 생기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value)의 추구에 위협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우리는 스트레스 상황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위기 상황의 성격과 범위와 그 잠재적인 영향력 등에 대해 나름대로 정보를 찾아 헤맨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확인 절차 없이 자신이 듣는 정보 그대로를 믿어버리기도 한다.
지나친 자신감도 조심성도 경계해야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인도해 줄 믿을만한 나침반을 필요로 하고 찾게 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과 나의 관심·염려를 충분히 고려하는 가능한 최선의 방향으로 명확하고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여전히 나의 미래가 조절 가능하고 예측 가능함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과도한 자신감은 정확한 상황 관찰을 저해하고, 과도한 조심성은 두려움으로 인해 상황을 외면하게 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에 짓눌리는 대신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첫 단계는, 호기심과 상황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열린 마음, 그리고 정교한 상황 관찰을 통해 중요한 상황 변화를 (또는 자신이 당면한 스트레스 상황을) 지각하고 직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만약 상황 변화가 더욱 심화된다면, 자신의 일상과 지금 하는 일, 자신의 지인들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 그리고 자신의 미래가 이러한 상황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검토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이같이 예상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을 신속히 도출하고 적시에 실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날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들에 대한 구체적 시나리오와 대처 방안을 미리 완벽히 준비해 두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복잡한 상황변화 속에서 동시에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스트레스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적시에 대처하며 문제 해결 역량을 향상시키고자 할 때,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고려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도출하고 적용하는 역량이 회복탄력성의 근간이란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최근의 상황 하에서 발생 가능한 위기 상황들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하고 위기 상황 발생 시의 기본적 대처 방안 및 이를 적용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앞날에 발생할 위기 상황의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미리 예상하여 계획할 수는 없다. 준비 단계에서 마련해 둔 기본적 대처 방안과 위기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도출한 대처방안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둘째,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사용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한 팁을 제공하면 이렇다. 지금의 스트레스 상황은 내가 추구하는 어떠한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일·직업, 친밀한 인간관계, 교육·학습 등의 개인적 성장이나 건강·신체적 자기관리, 오락·여가, 사회생활, 가족, 영성, 지역사회·환경·자연 등이 기준일 것이다. 현재의 생활과 가치 추구에 미치는 근본적인 중요성과 영향력의 정도도 고려해야 한다. 또 스트레스 상황에 영향받는 일·관계·대상·집단의 유지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계속 발전시키고 싶은지 또는 대체 가능한지의 여부도 생각해보자.
현대인의 스트레스, 중요한 건 회복
셋째, 스트레스 상황 대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성취 가능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좋다. 여기서 구체적이라 함은 ‘간명하고 적절한 판단과 실제적인 이해에 기반한, 지금 상황에서 유의미한’ 걸 의미한다. 측정 가능하고(중요한 가치를 표상하여 동기부여가 가능한) 성취 가능하며(수긍할 수 있고 도달 가능한) 지금 상황에 연결되어 있고 적절한 판단에 기반하여 실제적이고 유용하며 확률이 적은 희망에 매달리지 않으며, 수행에 필요한 요소·장비가 갖추어져 있고 이미 성취한 성과·결과에 기반하며 적절한 시간 기한 내에 완료 가능한 목표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경험 후 위기 상황이 조절 가능해지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경험을 재검토하고, 배워야 할 점을 확인한다. 비슷한 위기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고 또한 향후 발생 가능한 위기 상황의 조기 대처방안을 마련한다. 스트레스는 언제든 올 수 있다. 중요한 건 회복이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