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를 매개로 하는 문학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감성과 사유를 구조화한다. 수필 또한 경험 사실을 토대로 언어의 자유로운 상상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삶은(수필) 허구를 뛰어넘는 위대한 과정이지만 문학이 되기 위해서 날것 그대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경험 현실이 문학이 되기 위해서 기표 사유의 수용이라든가 수사적 입장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전북도민일보》 응모작 다수는 이러한 방향에서 비켜서 있었다. 소소한 일상을 일기처럼 낱낱 기록한 응모자도 있었고, 주관사의 요구조건에 벗어난 응모자도 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작품도 엿보였다. 심사자는 최종심에 오른 3명의 작품 중 2명의 작품 〈스위치〉와 〈거미의 집〉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두 편 모두 고백적 진술에서 벗어나 문학으로서의 수필 특성을 잘 살리고 있었으며 비유와 이미지 등이 적절히 구사됨으로써 의미 확장을 꾀하고 있었다.
〈스위치〉는 남편이 운영하는 떡집 기계에 손가락이 끼는 사건에 따른 정황 묘사와 심리 묘사를 담담하게 유기적으로 펼치는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수미상관 구조 또한 주제를 의미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으나 현재, 과거, 현재로 이어지는 맥락의 단조로움이 아쉬웠다.
〈거미의 집〉은 청상과부가 된 고모의 지난한 삶을 그려낸다. 응모작에 등장하는 “고모”는 결국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 상징화되면서 ‘어머니’라는 이름이 삶을 지탱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 한쪽 팔을 잃은 고모의 “의수”는 희망과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이겨내는 도구로 작동하면서 가족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서사가 내재된 상관물로 기능한다. 가족 서사의 특성상 자칫 감정의 과잉에 빠질 수 있음에도 적절히 절제한 것은 물론 맥락의 진행에 따른 비유적 이미지와 입체적 구성 등이 무난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더하여, 기울어진 거미집은 고모의 집으로 치환 묘사되며, “마천루”처럼 들어선 새 아파트와 현재 거주하는 화자의 낡은 집의 대비를 통해 화자의 집 역시 거미집으로 점층 이미지화되면서 인간에게 ‘집’이란 무엇이며 그 공간은 어떤 의미로 우리 곁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거미집=고모의 집=화자의 낡은 집’이 되는 구조이다. 이렇게 인간의 집과 거미의 집을 물리적 동일선상에 올려놓음으로써 안과 밖,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이라는 상대적 사유를 엇걸어놓는다.
신춘문예 특성상 한 편만을 선해야 하는 아쉬움을 감내하며, 심사자는 고통과 슬픔을 절제된 감정으로 형상화하고 사유를 덧입혀 입체성을 더한 〈거미의 집〉을 당선작으로 선했다. 이 작품은 타 신문사 신춘문예 수필부문 최종심 두 편 중 한 편에 선정된 만큼 이미 검증된 작품으로 보이지만 단어(동의어)의 선택에 대한 부분은 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낙선자께는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당선자에게는 가능성을 보고 선한 만큼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정진을 당부한다.
심사위원 = 배귀선(문학박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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