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탄자니아에서 잡은 ‘관광’과 ‘동물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

2024-10-16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초원과 그곳을 자유롭게 누리는 대자연의 동물들. 언제 눈으로 이런 광경을 보겠나 싶어 신혼여행지로 아프리카 동부의 중심이자 그 유명한 ‘세렝기티’를 품은 곳, 탄자니아로 떠났다.

세렝기티는 탄자니아 서부에서 케냐 남서부에 걸쳐 있는 무려 3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땅으로, 500여 종이 넘는 동물과 조류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우수한 자연의 땅이다. 세렝기티의 75%는 탄자니아에 속해 있어 자연과 동물을 관찰하고 광활한 땅을 탐험하는 로망을 품은 사람들에겐 꿈과도 같은 곳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세렝기티 국립공원은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는데, 그 면적만 전북도 2배에 맞먹는 규모이다. 국립공원은 철저히 당국의 관리 하에 운영되며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출입 자체도 정식 사파리 가이드 운행 하에 허락되며, 자동차에서 하차해 땅을 밟는 행위,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행위 등은 금지되어 있다. ‘라이온킹’에서 이야기하는 ‘자연의 순환(Circle of Life)’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자연 보전을 위해,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인간은 그들의 땅에서 그저 잠깐의 ‘관찰자’의 역할만 허락될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과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된 땅. 가까이서 직접 본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주변 이웃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빈부격차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족이라는 문제는 안고 있었지만 그나마 ‘관광업’으로 국가 운영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자연/동물 보전’과 ‘관광업’이 함께 성장하는 있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곳이었다.

수많은 초식동물과 맹수까지 볼 수 있는 본거지여서일까. 세렝기티를 벗어난 탄자니아의 다른 주요 관광지에서도 관광과 동물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의 동물이나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생추어리’에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고 있는 것이다.

△단 7마리에서 100여 마리로.. ‘창구 섬’의 육지거북 생추어리>

탄자니아 서쪽에는 광주광역시만한 크기의 자치구역인 잔지바르라는 섬이 있다. 약 2만 년 전부터 인간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인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항구로 역할하며 과거부터 포르투칼, 영국 등에 점령되기도 한 역사 깊은 곳이다. 잔지바르는 이슬람 술탄이 통치하는 왕정 국가이기도 했는데 18세기, 마다가스카르와 인접한 아주 작은 섬나라 세이셸에서 육지거북을 선물하며 잔지바르에서의 육지거북 서식이 시작됐다. 잔지바르에 작은 섬, 창구 아일랜드로 보내지며 그 숫자가 200마리로 증가했다가, 1960년대부터 밀렵과 갈취 등으로 1996년엔 이 섬에 단 7마리만 남게 됐다. 알다브라 자이언트육지거북은 육지거북 중 가장 큰 크기와 긴 수명을 자랑하는데 이제 자연에서는 세이셸과 갈라파고스 일대, 딱 두 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 취약종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잔지바르 정부는 세계 동물 보호 단체 World Animal Protection과 협업해 남은 육지거북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창구 섬에서의 ‘생추어리’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보호 시설이라 해서 거창하진 않다. 섬 일부에 울타리를 설치해 거북이들이 지정된 공간 내에서 서식할 수 있게 구분하고, 생존에 취약한 새끼 거북이들은 별도의 울타리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3-4살이 돼 어느 정도 단단해진 거북이들은 생추어리에서 제공하는 건강한 채소를 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관광객들은 세렝기티 사파리 때와 마찬가지로,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것은 삼가며, 성인 몸무게를 훌쩍 넘는 100살 넘는 귀한 생명체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육지거북의 생추어리가 마련된 잔지바르의 창구 섬은 오늘날 잔지바르를 찾는 모든 관광객이 들르는 필수 관광지이다. 모든 이에게는 입장료와 더불어 일종의 ‘환경보존세’가 부과되는데, 육지거북 육성과 보호에 필요한 자금으로 쓰인다. 1~2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귀한 몸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직접 눈에 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관광객에겐 잊지 못한 추억이, 생추어리에는 동물 보전을 이어갈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는 것이다. 

△수달부터 호랑이까지.. 야생동물생추어리에서 ‘치타’와 사진을?

탄자니아의 동부 지역에는 많은 관광객이 동물을 보기 위해 찾는 또 유명 보호시설이 있다. 치타스락, 일명 ‘치타의 바위’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야생동물보호시설이다. 이곳에는 시설의 마스코트인 치타부터 백사자, 호랑이, 퓨마, 얼룩말, 원숭이 등 다양한 구조 동물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곳의 모든 동물은 애완동물로 길러지거나 장애 등으로 더 이상 야생에 적응할 힘이 없다고 판단되는, 비극을 이겨낸 동물들이다. 동물을 보전한다는 한 가지 목적으로 운영되는 이 생추어리는 동물의 윤리적 보살핌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예약제로, 매일 한정된 인원만 방문할 수 있고 꽤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있는 장소이지만, 명성이 높다 보니 거의 매일 최대 정원을 채운 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방문객들이 지불한 비용은 생추어리 운영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동물단체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멸종위기종 개체수 유지를 위한 번식 프로그램에 대거 투입되기 때문에 설득력도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인당 20만 원 가량 지불하면 반나절 간 보호소의 모든 동물을 만나보며 이들의 사연과 생추어리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활동가들이 안내한다. 낯선 인간과의 접촉이 위협일 수밖에 없는 호랑이와 사자, 퓨마와 같은 맹수는 철장 밖에서 그들의 사연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인간과의 접촉이 유해하지 않은 동물은 장벽 없는 같은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방문객들의 만족감은 높다. 호기심이 많은 버빗원숭이들은 과일과 땅콩을 손에 쥔 방문객들을 이리저리 탐색하며 이 팔에서 저 팔로 날아다니기도 한다. 지구상 가장 빠른 맹수 치타도,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가능한 동물이다. 치타는 다른 맹수에 비해 수줍음이 많고 침착한 성향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애완동물로 길들여지기도 했다. 현재에도 치타는, 인간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런 성향 덕에 치타스락에서는 방문의 하이라이트로 치타 옆에 앉아 등을 쓰다듬으며 사진을 찍는 다소 ‘비현실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경험은 생추어리를 운영하는 10여 명의 활동가들 동행 하에 충분한 설명과 안내와 함께 진행된다. 다음 질문은, 과연 이런 운영 형태가 ‘동물원’과 다르며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겠다.

△동물과 함께하는 ‘체험형 생추어리’ 우리나라도 가능할까?

탄자니아를 비롯해 해외의 대표 생추어리의 모습은 비슷하다. 방문객은 시설에서 동물을 직접 보고, 일정의 ‘교감’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시설의 수입은 시설 운영과 동물 구조, 관리 등에 사용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생추어리의 개념이 낯설다.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보호’시설이란 인식이 강한데, 그렇다면 방문객이 ‘돈’을 지불하고 찾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논란에 막혀 활발한 논의나 진전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동물을 자연 그대로 보호하는 것이 생추어리의 목적이라면, 매일 찾아오는 낯선 방문객이 동물의 습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다. 근본적으로, 생추어리에 입장료를 받고 방문객을 허용하면 ‘전시 목적’으로 가두어진 ‘동물원’과 본질적으로 다르냐는 반감도 있다. 아직 해외와 같이 사설 생추어리가 활발히 운영되는 사례가 없다 보니 이런 벽에 부딪혀 국내 생추어리의 안착이 지지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동물 ‘체험’이라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소비하지 않고선 대중의 관심도, 생추어리 운영에 필요한 자본도 마련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생추어리는 100% ‘구조동물’로 채워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엄연히 동물원과 대비된다. 사자와 기린이 폐사했다고, 방문객이 줄까봐 돈을 주고 동물을 거래하지 않는다. 더 이상 갈 곳 없고, 안락사만을 앞두고 있는 사연 있는 동물들이 이제는 인간의 보살핌과 함께 제2의 생을 살아가는 곳이다.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금이 필요하고, 그 자금이 생추어리 동물의 건강에 해를 가하지 않는 선의 방문으로 마련된다면, 생추어리 운영의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 대중의 생추어리 방문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전반적인 동물권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평소 영상 매체에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보고 느낀다는 것은, 개개인의 관심 영역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특별한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깊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앞서 소개한 잔지바르의 치타스락은 미국의 유명 여행서비스업 플랫폼에서 꾸준히 최고 평점을 자랑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이 넘쳐난다. 이들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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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기티 #관광과 동물보호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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