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담합 무죄 받은 제약사들 과징금도 되찾나 … 공정위 부담 가중

2025-01-01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결핵(BCG) 백신의 수입 및 공급 물량을 부당하게 조절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한국백신에 대한 과징금 처분과 시정명령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미 백신 담합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고발당한 다수 제약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가운데, 이와 관련한 과징금 소송에서도 불리한 판결은 받은 공정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다)는 한국백신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의 소에서 최근 원고(한국백신 등) 승소 판결을 했다.

공정위가 상고하지 않아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한국백신은 이미 납부한 9억 9000만 원의 과징금을 돌려받게 된다. 특히 한국백신 사건이 국내 제약사들의 대규모 백신 담합 사건으로 번진 만큼 이번 판결은 다른 제약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진행 중인 과징금 취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아직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법원이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취소를 인정한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2019년 소장 접수 이후 3년여간 한 차례도 변론기일을 열지 않던 재판부가 올해 3월 한국백신의 무죄가 확정되자 단 두 번의 변론기일만 진행한 뒤 판결을 선고한 만큼, 앞서 끝난 형사소송의 과정과 결과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백신의 의도적 물량 취소로 2016년부터 2년간 영·유아 BCG 백신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 2019년 한국백신을 검찰에 고발하는 동시에 회사에 시정명령과 9억 9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형사소송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해 부당하게 백신 출고 수량을 조절했다거나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백신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 상고심도 한국백신 승리로 끝나면서 1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2019년 공정위로부터 한국백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GC녹십자, 유한양행,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광동제약 등 6개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NIP)에서 추가 담합을 한 혐의를 찾아내, 공정위에 이들 제약사에 대한 고발을 추가로 요청했다.

이후 공정위로부터 추가 고발당한 이들 제약·유통사를 NIP 입찰에 참여하면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사건에 연루된 32개에 제약·유통사에 총 409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형사재판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제약·유통사들에 유죄를 선고하고, GC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각각 7000만 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 각각 5000만 원,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 각각 3000만 원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제약·유통사에 무죄를 선고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형사3부)는 “애초에 NIP 입찰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이 전제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낙찰가에 영향을 미쳐 공정성을 해칠 고의가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찰은 백신 제조사나 수입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은 업체만 낙찰받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공동 판매사인 피고인들이 아닌 제3의 업체가 확약서를 발급받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입찰이 자율경쟁 구조가 아니었던 만큼 들러리 업체를 세운 행위에도 경쟁을 제한할 의도가 있지 않았다고 봤다.

형사소송에서 업체 측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공정위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이들 제약·유통사는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데,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한국백신이 최근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사소송에 이어 행정소송까지 업체 측의 승리로 끝나면 공정위가 환급해야 하는 과징금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며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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