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도 함께 행복한 나라를 기대한다

2025-06-08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꼭 반년 만이다. 한 밤중의 비상계엄은 지구촌을 놀라게 했고 세계는 대한민국의 혼돈과 혼란을 걱정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군 국민은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세계에 과시하면서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 이재명정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민생을 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며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낡은 이념은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고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반년 우리가 계엄의 늪을 지나오는 동안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무역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총성 없는 무역전쟁에서 ‘이익’이라는 경제 가치는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그것이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협상에서 우리 농업은 우방과 동맹이라는 안보가치에 기대 저율관세할당(TRQ)도 얻어내고 동식물 위생·검역(SPS)이라는 비관세장벽도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 본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현주소는 어둡기만 하다. 농가의 기본급인 농업소득은 지난해 957만원으로 1995년 1047만원보다도 낮다. 국내 각종 산업지표 가운데 30년 동안 제자리만 맴도는 것은 농업소득뿐이다.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농업소득은 20%를 밑돌아 농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기후변화는 극한의 호우와 고온을 야기해 농업재해를 일상화하고, 이로 인한 농산물 공급 불안은 ‘기후플레이션’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은 무역에 의존한 식량안보의 허구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런 만큼 출발선에 선 이재명정부의 농정이 가야 할 길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케이(K)-농업강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농업소득을 비롯해 식량자급률, 농업예산 비중 등 뒷걸음질하고 있는 농업지표의 회복부터 주력해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한 쌀값 정상화와 농자재 국가 지원제 및 주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빈발하는 농업재해와 수입 농축산물 범람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변동성 확대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농가소득 및 농업재해 안전망 구축도 필수 불가결하다.

농업이 국민의 식량안보를 책임진 국가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이라는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해주는 가장 유효한 정책 수단은 농업예산이다. 농업예산의 규모와 비중 확대를 통해 후계인력 육성과 스마트농업 등 농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미래 농업자산의 동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면서 교육과 보건, 문화와 고용 등 이른바 ‘교보문고’를 갖춘 농촌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농촌을 삶터이자 일터, 그리고 쉼터로 만들어야 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음지만큼 양지가 있는 것처럼,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면서 “위기의 어딘가에는 기회의 문이 숨어 있다”고 했다. 우리 농업과 농촌도 마찬가지다. 소멸과 지속가능성의 위기라고 하지만 그 어딘가에는 미래 행복 농산업으로 가는 ‘기회의 문’이 분명히 숨어 있다.

이 대통령은 경북 안동과 영양, 봉화가 나뉘는 궁벽한 산골 화전민 ‘소개(疏開)집’에서 참꽃을 따 먹고 찔레를 꺾어 먹은 추억을 간직한 배고팠던 시대의 마지막 세대다. 그런 만큼 우리 농업과 농촌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누구보다도 앞선다. 경기도지사 시절 최초로 농촌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지난 정부 ‘양곡법’ 파동의 불씨가 된 2022년 9월 “쌀은 우리의 주곡이며 식량안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와 공감의 연장선이다.

이 대통령은 “회복도 성장도 결국은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나아가자”고 했다. 그렇다. 우리 농업과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의 회복과 성장을 통해 농민도 함께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이자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 행복시대를 열 수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