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경제성장수석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사회수석에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재정기획보좌관엔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를 각각 발탁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다음으로 경제팀을 인선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경제 회복을 국정 목표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임을 강조한 의미가 있다.
새 정부의 경제 운영은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경제수석’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꿨고, 산하 경제금융비서관도 성장경제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을 신설한 것도 확장재정 등을 통한 경기 부양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실을 별도 설치하기로 한 것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한 성장 전략의 일환이다. AI 등 첨단 기술 사안은 물론 인구 및 기후 위기 과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다.
경제팀에 관료 출신과 현직 교수들을 골고루 배치한 것은 위기 극복과 구조 개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위기 대응 경험이 풍부하고, 하 수석과 류 보좌관은 개혁·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다. 대통령실이 성장 전략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사령탑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를 방불케 하는 역대급 위기에 처한 것은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경쟁 등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임 정부가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기는커녕 이념에 경도된 정책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대적인 감세로 세수 기반을 약화시켰고, 재정건전성 신화에 집착해 재정정책의 타이밍을 놓쳤다. 밑도 끝도 없는 ‘과학기술 카르텔’을 운운하며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인재들의 해외 유출을 초래했다. 그 결과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됐고, 서민·자영업자들이 벼랑에 몰렸으며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복합위기에서 조속히 탈출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긴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추경 등 재정정책을 서둘러 경기 및 경제심리 회복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