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팀이 6개월간의 김건희씨 의혹 수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의혹 등까지 그간 소문으로 돌던 국정농단은 모두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김씨는 대통령이었던 남편 윤석열에 버금가는 지위와 권한을 누렸고,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특검은 윤석열 부부가 ‘정치적 공동체’이며, 김씨로 인해 대한민국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로 확인된 김씨의 불법 행위는 가히 역대급이다. 특검은 김씨를 포함해 총 20명을 구속하고 66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히 건진법사 전성배씨 수사 중에 통일교와 윤석열 정권의 유착 의혹을 밝혀 관련자들을 구속기소한 것은 망외의 성과라 할 만하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통일교 지도자의 정교일치 욕망,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영부인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 해이와 준법정신 결여, 정권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 등이 결합해 빚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인 김씨가 청탁과 함께 고가의 금품을 마구잡이로 수수한 것은 지금 다시 봐도 공분을 일으킨다.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명품가방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오죽하면 특검이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질서 파괴 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 때문에 김씨의 비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부족하다”고 하겠는가. 김씨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 김상민 전 부장검사 등으로부터 총 3억7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김기현 의원 부부로부터도 명품가방을 받았다. 특검은 “서로 공통분모가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김건희를 찾아가 원하는 바를 청탁하고, 이들의 청탁은 그대로 실현됐다”고 했다.
김씨 비리를 대놓고 방치하고 옹호한 집단이 검찰이지만, 특검 인력과 시간 부족으로 이 분야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김씨 주가조작 사건 등에 면죄부를 준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변호사 일을 핑계로 특검 소환에 응하지도 않았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김씨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수사가 더 필요하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도 마무리되지 못했고, 김씨와 윤석열이 2022년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2024년 4·10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베일에 싸여 있다. 윤석열이 김씨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를 찾아 김씨에게 알선수재 대신 형량이 무거운 뇌물 혐의를 적용할 필요도 있다. 이들 사건은 모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됐다. ‘김건희 대통령놀이’는 끝까지 전모를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이던 공무원이 사망하고, 여당 쪽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규명을 미뤄 통일교 특검이 다시 논의되는 건 유감이지만, 공은 이제 사법부로 넘어갔다. 법원은 김씨와 공범들을 엄히 단죄해 정의를 바로 세우고 역사에 남을 판결을 내리기 바란다.

![[속보] 민중기특검 “김건희, 영부인 신분 이용 인사·공천 폭넓게 개입”](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2/29/a4cb4809-1e3d-473f-aa34-c588021550e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