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영상콘텐츠 수출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작비 급증으로 인한 생태계 위축으로 올해는 예년에 비해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세를 이어갈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24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방송영상콘텐츠 수출액은 2023년 기준 10억 4721만 달러(약 1조 5297억원)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하며 연평균 20.8% 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방송영상산업 수출액을 장르별로 살펴보면 드라마가 가장 많은 92.1%였다. 2023년 기준 5억 3923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8% 증가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35.7%의 증가율을 보였다. 아시아 지역이 주요 수출국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일본이 1·2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3년간 연평균 181.1%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액이 정점을 찍었지만,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이후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에 낀 거품이 급속도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2025년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 전망에 따르면 방송 분야는 9개 산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수출이 매우 흐릴 것으로 전망됐다. 스타 출연료 등 제작비 하방 경직성으로 콘텐츠 제작 자체의 어려움, 제작비 급증으로 수출단가(판권료) 상승 문제와 함께 글로벌 OTT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K콘텐츠의 대표 주자인 드라마 제작비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 국내 드라마 기준 2011년 회당 평균 제작비는 1억원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3억7000만원, 2020년에는 7억원, 2023년 12억원 수준으로 폭증했다.
제작비 규모가 국내 시장에서 감당할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광고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국내 방송광고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방송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의 제작비 회수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이 글로벌 OTT에 종속됐다는 말이 나온지도 오래다. 글로벌 OTT가 기존 국내 제작비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비용을 지급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의 표준을 제시, 국내 시장이 세계 시장에 편입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내수시장의 함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내수시장 틈새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제작비 상승으로)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 제작이 위축되며 전체 콘텐츠 물량도 줄어들었고, 수출에도 영향을 줬다”며 “글로벌과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이중화 전략이 고려된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