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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대 D램 제조사 CXMT
설비투자액 6년새 6배 급증
SK하이닉스의 73%에 달해
공격 투자로 생산 능력 확대
위기일 때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향후 산업확장기에 높은 점유율로 시장을 압도하는 것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1등으로 만든 핵심 전략이었다. 선단 공정으로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 것 외에도 압도적인 양산능력으로 일본과 대만을 따돌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대명사와 같은 공격적 투자를 이제 중국이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모리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동시에 생산능력도 큰 폭으로 확대해 K반도체를 위협하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CXMT) 설비투자액(CAPEX)이 2018년 12억5000만 달러(약 1조7836억원)에서 지난해 72억9800만 달러(약 10조4135억원)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년 만에 CAPEX가 6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이 회사 지난해 투자액은 SK하이닉스의 72.9%에 달했다. 2018년에는 SK하이닉스 투자금의 8.6% 정도 되는 금액만 집행했었는데, SK하이닉스 턱밑까지 바짝 올라온 것이다. 실제 2023년에는 양사가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주목되는 건 CXMT가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시기,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대목이다.
CXMT는 2023년 전년도보다 131.9% 늘린 61억4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2022년 하반기 시작된 반도체 시장 침체로 SK하이닉스(-56.5%), 마이크론(-43.9%)은 투자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하지만 CXMT는 악조건 속에서도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했다.
특히 이 때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하는 시기와도 맞물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CXMT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2016년 설립된 회사다. 허페이시가 180억 위안의 설립 자금 중 75%를 부담했고, 이후 유상증자도 중앙·지방 정부가 도왔다.
CXMT의 공격적 증설은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 4 D램, 저전력 D램(LPDDR4X) 개발 성공에 더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실제 CXMT는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DDR4 D램 물량 공세를 시작했다. DDR4 8기가비트(Gb) D램을 경쟁사 대비 50%가량 저렴한 0.75~1달러에 쏟아냈다. CXMT 점유율은 지난해 5%까지 상승했다. CXMT발 저가 공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 수익성은 떨어졌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일본 메모리가 한국에 주도권을 넘겨준 게 기술 경쟁력이 없어서 아닌 투자를 못했기 때문인 데, 현재 우리가 그런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CXMT는 올해도 설비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CXMT가 전년 대비 5.3% 증가한 76억8800만 달러(약 10조9753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투자는 상당 부분 HBM에 집중될 전망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CXMT는 허페이 공장에서 연내 HBM2를 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범용 메모리가 아닌 첨단 패키징과 HBM을 비롯한 고객 맞춤형 제품 비중을 늘려 중국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