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커힐은 전통 있는 호텔이지만 디지털 전환(DT) 측면에서는 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고객 경험 제고, 효율화와 함께 고객에 대한 인적 서비스 요소도 발전시켜 균형을 이루는 DT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호텔은 DT에 가장 소극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시설·상품에 못지 않게 대면 서비스 품질 또한 경쟁력의 척도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호텔 만큼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뚫고 워커힐은 '테크'(Tech)와 '터치'(Touch)라는 키워드를 나란히 제시했다. 경쟁사가 주저하는 DT를 적극 추진해 고객에게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세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신성장추진담당은 선입견을 부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가 이끄는 신성장추진 조직은 웹3(Web3)·인공지능(AI)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호텔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체 인원은 6명으로 객실·마케팅 등 현업에서 경력을 쌓은 호텔리어들과 외부에서 수혈한 디지털 전문 인력이 한 팀을 이루고 있다.
김 담당은 “호텔처럼 일하면 기존에 있는 틀을 깨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구성원 모두가 '우리는 스타트업이다'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이 구성된 초기에는 웹3 도입에 집중했다. 지난 2023년 선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멤버십 'W.XYZ'가 대표적이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마을 호텔'도 파격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워커힐 호텔 인근 식음료(F&B) 매장에 NFT 쿠폰을 제시하면 할인을 제공한다. 지역 상생과 신기술을 융합한 사례다. 현재는 AI라는 큰 흐름에 맞춰 무게 중심을 옮기는 과정에 있다.
신성장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은 차별화다. 김 담당은 “워커힐은 독자 브랜드로 전환할 때부터 디지털 서비스 도입에 대해 꾸준하게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상대적으로 시설 경쟁력이 있는 신생 호텔 대비 우리만의 경쟁 우위를 가져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노력 끝에 워커힐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AI 기반 대화형 안내 서비스 '워커힐 AI 가이드'를 론칭했다. 챗GPT(ChatGPT)-4o 기반 대화형 AI가 호텔 이용과 관련한 고객 문의에 실시간으로 답변을 제공한다. 고객 서비스, 컨시어지의 정보 제공·안내 기능을 AI화해 서비스 품질을 제고한 사례다.
김 담당은 “고객들이 제공하는 피드백(VOC) 속에서 호텔 이용 가이드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점을 파악하고 AI를 접목했다”며 “정보의 정확성, 효율화라는 기본 장점에 섬세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 기대까지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는 객실마다 QR코드를 비치해 AI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국제 행사가 많은 워커힐 특성 상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외국인 고객도 언어의 장벽 없이 호텔 시설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파악할 수 있다. 향후에는 AI 에이전트로 기술 수준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 담당은 “연내 호텔 내 다양한 F&B 매장과 시설을 AI를 통해 편하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향후에는 AI를 객실 점유율을 제고하는 시스템에 도입하거나 AI가 직접 홍보 게시물을 작성하는 콘텐츠적인 측면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