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동산 '영끌' 후폭풍? 대부업체 경매 물건 급증했다

2024-12-18

[비즈한국] 18일 오전 10시. 경매 법정이 열리는 서울남부지방법원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늘의 경매 매물은 89개. 기일입찰표를 받아 입찰 정보를 적거나 연신 경매 서류를 보며 전화하는 사람까지. 일반 법정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최근 부동산 경매 시장이 좋지 않다던 소문이 거짓이었을까.

한 시간 정도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어떤 물건에 입찰하러 왔는지’ 물었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법정이 열리자 150여 석의 좌석이 꽉 찼지만, ‘낙찰’을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은 손에 꼽았다. 공부하러 방문한 사람, 부동산 경매 회사 관계자, 대부업체 관계자, 부동산 경매 학원에서 온 학생들까지. 이날 판사는 낙찰자로 ‘주택도시보증공사’를 가장 많이 호명했다.

어떤 매물이 낙찰되는지를 확인하러 왔다는 한 부동산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입찰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요즘 유찰되는 매물이 많다. 물건도 전세사기 매물이나 대부업체어서 넘어온 게 많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매 학원 대표도 “여기는 학생들이 많다. 실제 입찰을 목적으로 온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2·3금융권 경매신청 늘었다

최근 부동산 경매 시장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신규 물건은 많아졌지만, 낙찰률은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담보 대출을 받고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법원에 따르면 매년 임의경매로 매각 신청되는 부동산 물건이 늘고 있다. ​임의경매는 은행 등의 채권자가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의 담보(부동산)를 경매로 처분하는 것이다. ​2020년 8만 7812건이던 것이 2023년 10만 5614건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전년 대비 27% 증가해 13만 4526건에 달했다.

2·3금융권에서 넘어오는 임의경매 물건도 늘었다. 채권자, 즉 임의경매 신청자 명단에는 2금융권뿐 아니라 ‘OO캐피탈’ 등 대부업체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부업체가 경매를 신청한 주거시설은 2021년 1202건, 2022년 1565건, 2023년 2534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 ‘위험’​ 징후

무리하게 대출 받아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한 물건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부업체 같은 곳에서 경매 신청 건수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가장 많이 해준 시기가 2021년이다. 당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출 규제가 함께 있었고, 이때 대출이 가능했던 곳이 이런 업체들이다. 그래서 최근 경매가 진행되는 매물은 거의 대부업체가 신청했다. 전체적인 경매 신청도 2021년 대비 3배가량 높아진 상황이고, 낙찰률도 떨어져 이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의 배경을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제경매가 아닌 임의경매가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주택을 저당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넘어간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무리하게 투자했던 것도 원인 중 하나”라며 “지금 나오는 임의경매 물건은 대부분 빌라 쪽이다. 아파트 역시 당장 큰 영향은 없더라도 물건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다. 탄핵으로 시장이 불안하고, 대출이 어려운 상태다. 이런 상황이 끝나야 금리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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