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남양유업 최대주주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자산 동결 분쟁에서 최근 연달아 패배했다. 양측은 현재 남양유업 주식 양도 지연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과 퇴직금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각각 가압류로 자산 동결을 시도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일 남양유업이 회사 예금 계좌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가압류 이의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홍원식 전 회장은 올해 5월 남양유업에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지난 9월 남양유업 영업용 계좌인 예금 채권을 가압류했다. 홍 전 회장이 퇴직금 소송으로 청구한 금액은 443억 5775만 4000원, 가압류 청구 금액은 이 중 300억 원이었다. 앞서 법원이 청구금액 중 170억 원 범위에서 가압류 신청을 인용하면서 남양유업 계좌는 일부 동결됐다.
이번 가압류 결정 취소 배경에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허위 진술이 있다. 홍 회장은 퇴직금 청구 소송과 관련한 가압류 신청을 하면서 ‘쉽게 가압류할 수 있는 남양유업 소유 부동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법원에 진술했다. 하지만 법원은 1977년부터 남양유업에 재직한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이 소유한 부동산을 잘 알고도 허위로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봤다. 통상 예금 등 유체동산은 가압류 시 부동산에 비해 소유권 제약이 크다.
법원은 “채권자가 50여 년간 채무자 회사 임원으로 재직한 사람으로서 쉽게 가압류할 수 있는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데 허위의 가압류신청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보이는 점, 쉽게 가압류할 수 있는 부동산 존재나 임원퇴직금의 사외적립 등으로 채무자의 주된 영업용 계좌인 이 사건 예금 채권을 가압류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가압류 신청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홍원식 전 회장은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 장남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1977년 3월 남양유업에 입사해 이사 임기가 만료된 지난 3월까지 47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다 2021년 남양유업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 홍보해 지탄을 받자, 같은 해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나 회사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한앤코는 2021년 5월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하던 남양유업 주식 약 38만 주(53%)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은 같은 해 9월 “한앤코가 회사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했다”며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코는 이에 반발해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올해 1월 대법원에서 한앤코 승소로 끝났다. 홍 회장 측은 매매 계약 3년 만인 지난 1월 말 남양유업 주식을 한앤코에 양도했다.
한앤코는 주식 양도 지연과 관련해 현재 홍 회장을 상대로 5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벌이고 있다. 2022년 11월 관련 소송을 제기한 이후 올해 1월에는 손해배상 채권을 근거로 홍 회장이 가진 남양유업 매매대금 채권을 가압류했다. 홍 회장은 이에 반발해 가압류 이의 신청을 했지만 올해 5월에 이어 지난 9일 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다. 앞선 10일 남양유업 계좌 가압류 취소 결정을 포함하면 이틀 새 자산 동결 싸움에서 홍 회장이 한앤코 측에 연달아 패배한 셈이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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