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을 제외한 이름과 직업 등 모든 개인정보를 속인 남편과의 혼인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1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은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취소 소송에서 “이들의 혼인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모바일 게임을 통해 B씨를 만났다. 교제 중 B씨는 국군 특수부대 정보사 출신으로 얼굴이 노출돼서는 안 되고 본인 명의 통장도 개설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교제하다가 혼인신고에 출산까지 했다. 하지만 B씨를 수상히 여긴 A씨가 확인해 보니 B씨의 이름과 나이, 초혼 여부, 자녀 유무, 가족 관계, 군대 이력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여기에 B씨는 A씨 몰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는 등 재산상 손해까지 끼쳤다. 또한 A씨의 임신기간에 B씨는 상습적인 폭력행위까지 일삼아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와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권을 단독으로 받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A씨가 B씨에게 속아 사기 결혼해 혼인취소 대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정체가 드러난 후 A씨가 형사고소를 하자 잠적했다. 이후에는 지명수배된 후 구속돼 교도소에서 혼인취소 사건의 소장을 받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B씨는 “자녀는 본인의 자식이 아니라 A씨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이라고 주장해 A씨와 자녀는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 했다.
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A씨와 B씨의 혼인을 취소한다”면서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A씨를 지정한다”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사기 결혼은 기망당한 피해자가 겪는 심적인 고통과 재산상 손해 등 피해가 매우 크다”면서 “피해자는 자신의 신분관계를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형사고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천=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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