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신진세력

2025-02-10

미국의 정치 수도는 워싱턴이다. 경제 수도는 뉴욕이다. 그렇다면 짐작컨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을 것이다. 자본이 있는 곳으로 기업은 모여들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럴까. 제이피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마스터카드 등 금융기업의 본사가 뉴욕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인구 2백만에 불과한 네브라스카에 있다. 창업의 수도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는 심지어 뉴욕에서 가장 멀리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엔비디아는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스타벅스와 코스트코는 워싱턴 주 시애틀에 있다. 나이키는 농업으로 유명한 오리건에 있고 존슨앤존슨은 뉴저지, 코카콜라는 애틀랜타, 월마트는 아칸소, 3M은 미네소타, P&G는 오하이오에 있다. 이게 웬일인가. 반면 자산총액 기준 대한민국 30대 기업 중 비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은 포항의 포스코, 익산의 하림, 광주광역시의 중흥, 단 세 곳뿐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삼성의 역사가 시작된 도시는 대구다. LG와 GS는 부산에서 기틀을 잡았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서울로 가야 큰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버렸다. 인재와 자본이 서울에 몰리니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정경유착(政經癒着)’의 증거다. 정치와 밀접해야만 경제, 다시 말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게 과거 우리의 현실이었다. 당시에 기업을 일군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서울로 출장을 다니다가, 언제 정치인을 만날지 알 수 없어 수시로 다니다 보니 아예 월세방을 얻는 게 현실적이었고 그러다 전셋집, 주택 구입, 최종적으로 본사를 이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칭송받는 지금은 정경유착의 꼬리표가 사라졌을까.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비행기와 고속철도가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연결하고 있으니 이제는 굳이 서울로 몰릴 필요는 없어진 것 아닌가.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걸 보면 기성 기업들은 아직도 과거의 문법을 따르고 있거나, 이미 몸에 밴 관성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함과 편리함이라는 관성은 깨기 쉽지 않다.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대기업들이 지역으로 분산되어야 할 텐데 자발적인 이전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칫 정부나 정치권이 강제라도 해버리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배수진을 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대기업에는 큰 기대를 하지 말자. 그래도 대기업을 지역에 꼭 유치하고 싶다면 거꾸로 대기업이 기대를 하게 하자. 파격적인 세금 감면, 성장성 높은 사업기회 제공 같은 방법으로.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신진세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2% 수준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18년 이후 정체된 상황에서 벤처기업 수출은 6년 만에 1.4배, 스타트업은 5.4배 증가했다. 이 정도면 신진세력으로서의 역량은 충분히 검증한 것 아닌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건 언제나 신진세력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역시 기존의 문법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 다행히 검증을 마친 준비된 신진세력이 있다. 이제 벤처와 스타트업을 지역경제의 주역으로 육성해야 한다.

양경준 (주)크립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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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부가가치 창출 #신진세력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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