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83세가 넘으니 함께 놀아줄 친구가 없다. 동기의 절반 넘게 세상을 떠나고, 나머지는 걸을 수가 없거나 치매를 앓고 있다. 오밤중에 전화를 걸어 조봉암을 왜 죽였느냐고 따지고, 새벽 두세 시에 거푸 안부 전화를 걸고,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키려 하니 말리라는 전화가 온다. 치매 노인이 전화를 거는 상대는 그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뒤로는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다.

노망을 학술적으로 처음 입증한 사람은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츠하이머(1864~1915·사진)였다. 아버지는 공익요원이었는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이주했다. 알츠하이머는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뒤 한때 교수 생활을 거쳐 정신병원의 의사로 일생을 보냈다. 알츠하이머가 프랑크푸르트대학에 재직하고 있을 때 기이한 행동을 하는 51세의 한 여인이 찾아왔다. 이름은 데터(Auguste Deter)였다. 그는 옛날 일은 잘 기억하는데,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는 그의 뇌 구조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 당시로써는 뇌 수술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마침 그의 남편은 막중한 치료비를 댈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는 그의 치료를 계속하면서 비용을 탕감해 주고 그 대신 죽은 뒤에 시신과 진료 기록을 기증받는다는 협약을 맺었다. 그 여인이 죽자 알츠하이머는 그의 뇌를 해부했고 그 결과 오늘날 이름 지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뇌 병변에 있음을 알았다. 1906년의 일이었다. 알츠하이머는 남의 병을 살피면서도 자신을 돌보지 않아 콩팥이 나빠 51세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 한국의 치매 환자는 97만 명이다. 그 비극을 피해 가고 싶은데, 치료 방법은 없고, 다만 책을 읽고 두뇌 게임을 하는 것이 예방법이란다. 이 독서의 계절에 문득 그런 걱정이 스쳐 간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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