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나는 누구인가

2025-11-07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응우옌비엣타인(54)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소설 ‘동조자’의 첫 문장이다. 베트남인과 미국인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베트남과 미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민자·난민의 디아스포라 정서를 담은 문장으로 유명하다.

그런 응우옌비엣타인 작가가 이번에는 ‘두 얼굴의 남자(원제 A man of two faces)’라는 자전적 에세이로 다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헌신자’라는 소설로 2023년 방한했던 저자는 올해는 화상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책은 ‘동조자’ ‘헌신자’ 같은 앞선 소설과는 다르게 저자의 일생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1971년생인 저자는 1975년 부모와 함께 베트남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베트남이 공산화된 바로 그 해다. 저자의 부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난민 캠프를 거쳐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패망한 나라 출신으로 조국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저자의 부모는 생존 자체에 어려움을 겼었다. 미국에 온 이민자들에게는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기 위한 공식이 있다. 그의 부모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열심히 일했고 저자를 비롯해 형도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수성 강한 소년이었던 저자는 어릴 때부터 차별에 대해 느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냥 빌려본 비디오에서 충격을 받는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었다. 자신과 같은 얼굴에 같은 언어를 쓰는 베트남인이 미국 군인들에게 학살 당하는 장면에서다.

미국 문화에서 평범하고 성공하는 것은 모두 백인이고 자신과 같은 베트남인은 아주 독특한 사건으로만 언급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물론 저자는 성공한 경우다. UC버클리대에서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영문학과 소수민족학을 강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만연한 차별에 대한 저자의 반론은 이렇다. “미국인들이 착각하는 점이 하나 있다. 우리 가족은 ‘미국인들이 먼저 베트남을 찾아갔기에’ 나중에 미국으로 왔다. 미국인 그들이 베트남에 있었기에 우리 가족이 여기 미국에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이민자들과 난민들에게도 해당하는 사실이다.”

작가는 2016년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2022년에는 후속작 ‘헌신자’를 펴냈다. 그의 이름을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알린 계기는 박찬욱이 감독을 맡은 드라마 ‘동조자’ 제작이었다. HBO가 만든 이 드라마는 지난해 국내에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공개됐다.

저자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려면 작가가 내면의 깊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하지만, 저는 감정을 마주하기를 어려워했다”며 “제가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서야 우리 부모님이 느꼈던 감정들을 이해하고 용기를 내 에세이를 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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