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외교정책을 총괄했던 전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비롯한 거물급 인사들이 부패 혐의로 구금돼 EU 안팎에서 충격이 퍼지고 있다. EU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검찰청은 페데리카 모게리니 전 대표 등 3명을 입찰 비리와 이해 충돌, 직업적 비밀 유출 등 혐의로 전격 체포해 조사했다. 모게리니 전 대표 등은 EU 자금을 지원받는 신입 외교관 양성 프로그램인 ‘EU 외교아카데미’ 입찰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외무장관 출신인 모게리니 전 대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EU 외교 정책을 총괄했으며, 현재는 유럽대학 총장과 EU 외교아카데미 수장을 겸직하고 있다. 2021∼2024년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의 사무총장을 지낸 스테파노 산니노 현 EU 집행위원회 중동·북아프리카·걸프 지역 담당 국장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모게리니 전 대표 등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재정관리 부실 의혹으로 1999년 자크 상테르 위원장이 이끌던 집행위원회가 총사퇴한 이래 EU를 덮친 최악의 추문이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짚었다.
유럽 외교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거물급 인사들의 체포 소식에 EU 안팎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프랑스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마농 오브리는 “EU의 신뢰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졸탄 코바치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자신들은 범죄 시리즈를 찍는 마당에 법치에 대해 모두에게 훈수를 두는 게 우습다”고 조롱했다. EU는 그간 법치 수준 미달 등을 이유로 헝가리에 재정 지원을 제한해 왔으며, 우크라이나에 EU 가입 요건으로 부패 척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AP 통신은 이번 스캔들이 “우크라이나 내전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EU의 국제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언론에 EU에 대해 “타인에게는 끊임없이 잔소리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는 무시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상대로 불신임투표를 주도했던 루마니아 출신 극우 의원 게오르게 피페레아는 새로운 불신임안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모리게니 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사법 제도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으며, 유럽대학의 행동이 정당했음이 입증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이번 의혹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대다수 직원들이 매일 수행하는 훌륭한 업무를 결코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완전히 투명하게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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