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라”, “더러운 포르투갈인”, “누가 좀 제거해라” 인종차별·성폭력·살해 협박…영국축구계 심각

2025-12-03

프리미어리그(EPL)와 여자슈퍼리그(WSL)를 향한 극단적 수준의 온라인 학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BBC가 데이터 분석업체 시그니피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지난 11월 8~9일 단 한 주말 동안 2000건이 넘는 극단적 악성 게시물이 감독과 선수에게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에는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성폭력 위협, 살해 협박 등이 포함됐다. BBC는 “분석 결과, 학대 메시지 82%는 X(옛 트위터)에서 발생했으며, 전체의 61%는 영국 및 아일랜드 기반 계정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4일 전했다.

조사에 따르면 악성 게시물의 주요 표적은 선수보다 감독들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후벵 아모링(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르네 슬롯(리버풀), 에디 하우(뉴캐슬) 감독이 가장 많은 학대를 받았다.

시그니피는 인공지능 기반 분석 툴 ‘Threat Matrix’를 활용해 X,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게시물 약 50만 건을 스캔했다. AI가 2만2389건을 잠재적 학대로 분류한 뒤, 이 가운데 사람이 두 차례 검증한 결과 2015건이 실제 ‘플랫폼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극단적 학대’로 최종 확인됐다. 일부 게시물은 모욕성 표현, 원숭이 이모티콘(흑인 선수 표적), 살해 협박, 강간 위협, 가족에 대한 폭력 위협 등 범죄 수준이었다. 39건은 심각성이 높아 축구단 보고 또는 법 집행기관에 전달됐다. 다만 경찰은 접수된 한 건에 대해 “조사 기준에 미달한다”며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프로축구선수협회(PFA) 마헤타 몰랑고 대표는 “같은 일이 거리에서 벌어졌다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사안”이라며 “온라인에서만 유독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면책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슬롯 감독 역시 “비판은 정상적인 일이나 학대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SNS를 하지 않아 직접 보지 않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 감독은 “이제는 직업의 일부처럼 돼버렸다”며 “가급적 외부 노출을 줄이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져야 한다”고 했다.

가장 극단적 학대가 쏟아진 순간은 11월 8일 토트넘-맨유전(2-2 무) 직후였다. 후반 추가시간 연속 골이 나온 경기였고, 이후 맨유 선수들과 아모링 감독에게 집중적 위협 메시지가 게시됐다. 아모링 감독에게는 “죽여라”, “더러운 포르투갈인, 누가 제거해라” 등 살해를 조장하는 게시물이 직접적 위협 형태로 등장했다.

영국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은 2023년 10월 시행돼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를 사전에 식별·삭제할 법적 의무를 부여한다. 그러나 주요 플랫폼은 “표현의 자유 제한 우려”를 이유로 삭제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그니피 CEO 조너선 허슐러는 “지난해보다 약 25% 증가했다”며 “‘표현의 자유’라 주장하는 이들도 직접 메시지를 보면 삭제해야 한다는 데 의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여자축구(WSL)에서는 첼시-아스널전(1-1 무) 논란 직후 대부분의 학대가 발생했다. 97건의 확인된 학대 중 절반 이상이 첼시 사령탑 봄파스토르 감독에게 향했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 폭력 위협 등이 포함됐다. 봄파스토르는 “사람들이 화면 뒤에서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며 “내 가족, 아이들도 이런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실제 정신적 피해를 낳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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