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 중국팬·일본국가대표 미토마에 사과…‘전쟁 영웅 카드’ 사용 논란

2025-12-0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이 유소년 프로젝트 홍보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 군인을 카드 이미지로 사용해 국제적 논란을 일으킨 뒤 중국 팬들과 일본 국가대표 미토마 가오루에게 공식 사과했다.

4일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게시물은 프리미어리그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크리스마스 트루스 컵’ 예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브라이턴 유소년 아카데미가 X(옛 트위터)에 게시한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미토마와 U-12 선수 한 명이 ‘축구 카드’ 형태 모의 이미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 카드 속 인물이 히로오 오노다(Hiroo Onoda)였다. 오노다는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전쟁 종료 후에도 30년 가까이 필리핀 정글에서 항복을 거부하며 활동해 귀국 당시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일본군의 점령과 잔혹 행위가 역사적 갈등의 원인으로 남아 있어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브라이턴과 프리미어리그 심사위원단은 오노다가 일본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민간인 피해 논란이 있는 역사적 인물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오노다는 1942년 일본군에 입대해 나카노 학교에서 정보·게릴라전·선전 등을 교육받았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진짜 항복 소식을 ‘적의 선전전’으로 믿고 거부해 필리핀 루방섬에서 장기간 은신했으며, 현지 주민 약 30명이 일본군의 잔존 활동 과정에서 사망했다. 1974년 일본 정부의 설득으로 귀국한 후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중국·한국·필리핀 등에서는 일본군의 전쟁 범죄와 연결된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해당 게시물은 중국 소셜 플랫폼 웨이보(Weibo)로 확산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브라이턴은 즉시 게시물을 삭제했고,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지사와 협의한 뒤 “중국 팬들에게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사과했다. 구단은 미토마에게도 별도 사과했다. 클럽 대변인은 “선수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 책임을 인정한다”며 “내부 검토를 통해 향후 역사·정치적 민감 사안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동남아시아 팬 그룹에도 서면 사과문을 전달했고, 사진에 등장한 U-12 선수의 부모에게도 “아이에게 책임이 없으며,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안내를 제공했다.

브라이턴은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활발한 스카우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유망주 윤도영을 영입하며 국가별 다양성을 확대했다. 브라이턴은 합리적 스카우팅과 국제적 구단 운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사건은 다국적 선수단과 글로벌 팬층을 보유한 구단이 역사·문화적 감수성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례로 지적된다. 구단은 “절차 개선을 통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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