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장 주재 회의서 전화받아
“한겨레·경향·MBC 등 언급” 밝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한겨레, 경향신문, MBC,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일부 진보 성향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다는 소방청 관계자의 진술이 13일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12월3일 계엄 발표가 있던 때 소방청장 주재 회의를 개최한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 (당일) 대책회의에서 당시 행안부 장관이었던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사항이 있었나”라고 물었다.
‘회의 중에 전화를 한 번 받았다’는 허 청장 답변에 윤 의원은 “이 전 장관이 전화로 청장께 의논 또는 통보했던 내용이 주요 언론사 단전, 단수와 관련된 내용이었나”라고 재차 물었고, 허 청장은 결국 “단전, 단수 지시가 명확하게 있던 건 아니고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있으면 (소방청이) 협조해 줘라, 약간 그런 뉘앙스였다”고 답했다.
허 청장은 이런 이 전 장관 지시와 관련해 “(회의 당시 옆자리에 앉았던) 차장하고 의논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특별하게 액션을 취한 건 없다”며 “특정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내용이었다”고 재차 답했다. 허 청장은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 대상 언론사와 관련해 “좀 오래됐는데, 3개 더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한겨레, 경향신문, MBC,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 답했다.
윤 의원은 “(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소방청) 차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 10여명을 일대일로 찾아가 입단속을 시켰다”며 “허 청장이 지시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허 청장은 “제가 그렇게 (입단속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그건 제가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한편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고기동 차관은 같은 자리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국무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달 전에 열린 행안위 긴급 현안질문에서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존재 여부에 대한 질의에 “회의록은 없다”고 밝혔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승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