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10월 7일 73회 생일 맞은 푸틴 축하
“인도·러시아 동반자 관계 심화” 의기투합
이틀 일정으로 인도 방문한 스타머 英 총리
‘러 제재’ 놓고 인도 정부와 견해차만 확인
영국과 인도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양국의 견해차가 드러났다. 영국은 미국 편에 서서 대(對)러시아 제재 확대를 강력히 지지하는 반면 인도는 러시아와의 경제적 거래를 지속하며 미국의 압박에 맞서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부터 이틀간 인도의 금융·문화 산업 중심지인 뭄바이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이날 귀국했다. 스타머가 인도를 떠나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선 인도와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자신보다 두 살 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3회 생일(10월 7일)에 맞춰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모디는 “우리 두 나라만의 특별하고 차별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해 나가자”고 제안했으며, 푸틴은 이에 적극 동의한 뒤 “오는 12월 인도를 방문해 내 친구 모디와 만나길 고대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이 논평을 요구하자 스타머는 영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줄곧 영국이 러시아를 비난해 온 점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나 같으면 모디 총리와 같은 행동(푸틴의 생일 축하)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인도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대러 경제 제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대신 러시아로부터 구매하는 석유의 양을 늘리는 등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왔다. 현재 인도가 수입하는 석유의 약 38%가 러시아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재 탓에 EU 회원국들에게 석유를 팔 길이 막힌 러시아 입장에선 인도와의 거래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이 점을 잘 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인도가 그 석유를 사들이기 때문”이라며 모디 행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8월 27일부터 인도를 상대로 기존 25%에 추가로 25%를 더 매긴 50% 상호 관세(국가별 관세)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타머는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 관한 우려를 모디 총리에게 제기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미국의 가장 충실한 동맹인 영국 정상으로서 스타머는 “그 문제에 관해 모디 총리와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방법을 함께 모색했고, 전쟁 종식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결과”라는 원론적 답변을 함으로써 모디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음을 내비쳤다. 스타머는 “영국은 인도의 전략적 독립을 존중한다”며 “특정 문제를 놓고서 견해가 다른 국가들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 경제 대국에 오른 인도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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