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행정고시)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사무관’이 선발됐다. 정부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등 차세대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한 5급 ‘전자’ 직류의 첫 합격자가 나온 것이다.
아직 대학 재학 중인 ‘공대생’ 3명이 그 주인공이다. 수석 합격한 부산대 전기전자공학부 19학번 김우상(25)씨와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20학번 이민석(25)씨, 고려대 생명공학부 20학번 김동직(24)씨를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이들은 “생각보다 경쟁률도, 합격 컷도 꽤 높았다”고 전했다. 올해 첫 선발한 전자 직류 경쟁률은 29.7대 1로, 일명 기술고시로 불리는 과학기술직군 내 공업 직렬 4대 직류(일반기계·전기·화공·전자)에서 가장 높았고, 1차 시험 합격선(72.5점)도 공업 직렬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우수한 지원자들이 몰렸다는 의미다.
수험·진로 정보가 부족한데도 전자 직류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민석씨는 “AI와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며 “전자 사무관은 이러한 산업의 방향성을 설계하고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큰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기전자공학과를 이중전공한 동직씨는 “원래 행정고시에 관심이 있었는데 전자공학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마침 정부가 첨단 산업 분야의 인재를 사무관으로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전자 직류는 2차 시험에서 전기자기학, 회로이론, 전자회로 과목을 치러야 한다.
이들은 또래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반도체 대기업 대신 국가공무원을 택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1년차 신입사원도 내년 초에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는다. 대기업 취업을 고려해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의 생각은 단호했다. 우상씨는 “돈은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사무관은 과학기술과 산업 분야의 정책을 설계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에서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석씨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공직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았던 얘기를 꺼내며 “정부 몫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그 GPU 정책 담당자라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봤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고 기술 경쟁이 치열한 만큼 국제 무대에서도 활약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시급한 과제로 기술과 인재 유출을 꼽았다. 동직씨는 “기업이 핵심 기술 개발에 몰두하기 위해선 기술이 유출될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직씨와 우상씨는 향후 ‘특허’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싶다고 했다. 특히 우상씨는 “AI와 반도체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첨단 산업에선 신속하고 정확한 특허 심사가 국가의 기술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예비 사무관 3인은 앞으로 행정 분야에 이공계 인재가 더 많이 유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상씨는 “반도체 산업은 정부와 기업이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행정이 관련 산업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직 졸업 전인 이들은 내후년에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입소할 예정이다. 손무조 인사혁신처 인재채용국장은 “기본교육 후 합격자들의 희망을 고려해 관련 부처에 배치할 것”이라며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 내 전자 분야의 인적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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