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집에는 보통 이런저런 상비약을 담아두는 상자가 있게 마련이다. 상자 안에는 종합감기약, 진통제, 파스, 안약, 연고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도 부지기수다. 병원에서 처방받았다가 미처 복용하지 못하고 남겨둔 알약들도 흰 봉지에 그대로 담겨 있다. 버리기가 애매해 남겨둔 것인데 결국 처치가 곤란해진 약들이다.
쓸모없는 약들이라고 해서 그냥 버리면 안 된다. 폐의약품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계 유해 폐기물로 분류된다.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하수구에 버리는 행위는 폐기물 무단 투기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무엇보다 약품에 포함된 항생제, 호르몬제 등 화학성분이 지하수나 토양으로 스며들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다만 폐의약품 처리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기도 한다. 약국으로 가져가는 건 꽤 번거롭다. 보건소 내 수거함에 가져다 놓는 방법도 있지만, 보건소 방문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병원 약을 처방받고 남은 것을 ‘쓰레기통·하수구·변기에 버리는 방식으로 처리했거나 처리할 것’이라는 응답이 55.2%에 달했다. 약국 등에 반환하겠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우체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023년부터 세종시와 서울시 등에서 우편제도를 활용한 폐의약품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전국 63개 지자체가 제도를 시행 중이다.
별도로 준비할 것도 없다. 일반 봉투에 폐의약품을 담은 뒤 겉면에 크게 ‘폐의약품’이라고 적고, 밀봉한 뒤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주민센터에서 나눠주는 전용 회수 봉투나 일반 우편봉투를 사용할 수도 있다. 우체통의 위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인터넷 우체국 홈페이지에서 ‘우체통 찾기’ 메뉴를 활용하면 된다.
절대 넣으면 안 되는 품목도 있다. 물약과 연고류의 경우 배송과정에서 파손돼 다른 우편물을 오염시킬 수 있어 우체통으로 배출할 수 없다.
폐의약품 수거 시범사업은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1월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세종시보건소와 함께 정부세종청사에서 ‘폐의약품 회수의 날’ 캠페인을 벌였다. 세종시는 2023년 시범사업 도입 이후 폐의약품 수거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수거비용이 2억5100만원에서 19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곽병진 우정사업본부장 직무대리는 “우정사업본부는 앞으로도 ‘폐의약품 회수의 날’ 운영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폐의약품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을 확산할 계획”이라며 “특히 환경오염 예방과 약물 오남용 등 국민건강 증진, 공공서비스 신뢰도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