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농장서 무너진 ‘코리안 드림’…20대 이주노동자 6개월 만에 사망

2025-02-28

네팔 출신 노동자 영암 한 축산농장서 자살

동료, “팀장·농장주 ‘돌려보내겠다’ 괴롭혀”

노동단체 “직장 내 괴롭힘 등 철저한 조사”

한국에 입국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이주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축산농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주노동자단체와 동료들은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있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를 비롯한 13개 단체는 28일 오후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영암의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 뜰시 분머걸(28)은 지난 22일 새벽 자신의 일하던 영암군의 한 돼지 축산 농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지 6개월 만이었다.

분머걸의 사망 뒤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있었다는 게 동료들의 증언이다. 분머걸이 일했던 축산농장에는 20명의 이주노동자가 고용돼 함께 일하고 있다.

이 중 19명이 분머걸과 같은 네팔 출신이었다. 농장주는 대다수인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네팔 출신 노동자를 팀장으로 지명했다고 한다.

이 축산농장에서는 지난 1년간 28명의 이주노동자가 팀장의 폭언과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해 다른 사업장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 노동자들은 “분머걸이 팀장과 농장주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다”며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노동단체는 “분머걸은 축산 농장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직장 내 괴롭힘을 참아내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을 것”이라면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하나같이 울분을 터트리며 그동안 숨죽였던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도 요구했다. 노동단체는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해 ‘자살로 인한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행정 당국도 이주노동자의 인권증진과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정책과 행정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