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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김주영 기자] 28일 오전, 현대엔지니어링이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원래 사고 현장인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사무소 안전교육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별관 지하 2층 강당으로 급히 변경됐다. 장소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약 1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좌석이 부족해 많은 기자들이 강당 뒤편에 서서 취재에 나섰고, 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곳곳에서 삼각대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주변에는 취재진들이 몰렸다. 기자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지만, 주 대표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 사고였던 만큼 현장 분위기는 무거웠고, 기자들도 바쁘게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두드리며 자료를 정리해 나갔다.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된 오전 10시보다 3분 앞당겨진 9시 57분에 시작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임원들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깊이 허리를 숙이며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주 대표는 "이번 사고는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며 "회사 차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피해자 지원과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을 위해 장례 절차를 돕고 있으며, 부상자 치료와 재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 및 가족을 위해 심리 상담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사고 경위와 공사 개요 설명은 예상보다 짧았다. 공식 발표는 30분 만에 마무리됐고, 이후 대부분의 시간은 질의응답으로 채워졌다.
가장 첫질문은 유가족을 직접 찾아갔냐는 질문이었다. 주 대표는 사고 이후 회사 담당자가 만나보았으며 자신 또한 뵙고 직접 사과의 말씀을 전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사상자 10명 중 4명의 가족이 자신을 보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말에 가족의 마음에 공감한다는 듯한 끄덕임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후 본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공사 관련 타사들의 입장을 묻는 질문들에 이어 가장 뜨거운 주제였던 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위를 묻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들은 거더(교량 상부 구조물) 낙하 원인과 안전 조치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으나, 주 대표와 박상준 건축사업본부장은 "조사 중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일부 기자들은 같은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여러 차례 던졌지만, 답변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사고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소속 직원과 관리 감독자가 현장에 몇 명이나 있었느냐"는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처음에는 “오전 근무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직원은 한 명이었고 이후 추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3명이 더 투입됐다”고 대답했다. 이에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박 본부장은 "현장에 현장 소장이 있었으며, 사고 당시 현장에는 모두 11명이 있었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해당 질문을 질의한 기자는 “12명이 아니라 11명이냐”는 질문으로 결론에 종지부를 찍었다. 기자들의 질문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각 주체별 책임 소재를 규명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거더의 전도 방지 장치가 제대로 설치됐는지에 대한 질문도 반복됐다. 한 기자가 "거더 낙하를 방지하는 고정 장치가 없었다는 주장이 있다"고 묻자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통상적으로 전도 방지 시설을 설치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은 기자들은 "통상적으로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설치됐는지 확인했느냐", "현장에서 점검은 이루어졌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은 결국 "현재 조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말로 돌아왔다.
주 대표는 질의응답 중 "책임을 따지는 것보다 고인들에 대한 추모가 먼저"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애초에 현대엔지니어링 측에서 공사 현장을 간담회 장소로 정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현장에 모일 모두가 피해자들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무거운 마음을 갖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아픔을 겪은 사람의 마음에 가득한 것은 물음표다. ‘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픔은 혼란과 분노로 뭉쳐 더욱 무거운 응어리가 된다.
공식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후에도 기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 질문을 던졌다.
기자들은 회견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후기를 나누는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감리'였다. 감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고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측 현장 감독이 있었는지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피해자 지원과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내놓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사고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는 건 결국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다. 타인의 아픔을 책임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