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최근 영국에서 매장 내 절도 사건이 급증하자 전과자까지 고용해 보안 강화에 나서는 사례가 생겼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직 범죄학 교수이자 보안전략 컨설팅 회사 '퍼페투이티 리서치' 대표인 마틴 길은 전과자들을 '미스터리 절도요원'으로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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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대표는 그간 교도소, 보호 관찰 기관 등을 돌며 절도 전과자들을 요원으로 선발했다. 보안 전문가보다 전과자들이 허점을 더 잘 알고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한 것이다.
요원들은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한 감시요원)'처럼 매장에 들어가 '도난 테스트'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루프 알람(도난방지용 알람)이 제대로 달리지 않은 모피 코트를 훔친 뒤 카메라 감시를 피해 달아나는 식이다. 요원들은 하루에도 여러 매장을 돌며 도둑질을 하고, 매장별로 보안 허점을 지적하며 '맞춤형' 전략을 제안한다. 훔친 물건은 나중에 돌려준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테스트가 실패할 때도 있다. 요원들이 붙잡히면 사전에 합의한 '플랜 B'가 작동한다. 이들은 "경찰 대신 상급 관리자를 불러 달라"고 해 신분을 밝히고 풀려난다. 미스터리 절도범이 활동 중이라는 건 상급 관리자만 알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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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전과자까지 동원하며 보안 강화에 나선 건 도난 범죄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영국 소매업 컨소시엄에 따르면 2022년 9월~2023년 8월 영국에서 20억 파운드(약 3조6000억원) 어치 상품이 도둑맞았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BBC는 "절도범들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점점 더 뻔뻔스러운 절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간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3년의 경우, 절도 사건 43만건 가운데 99%가 범인을 확인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블룸버그는 "영국에서 저가 상품 도난을 가볍게 처리해 문제가 악화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소매업계는 보안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 소매업 컨소시엄에 따르면 영국에서 범죄 예방 조치에 대한 지출은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67% 늘어난 12억 파운드(약 2조1700억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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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무인 계산대 등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 길 대표는 "쇼핑객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셀프 계산대 등은 도둑질도 더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수 년 동안 매장 직원들이 줄면서 절도 기회도 더 많아졌다"며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한 점도 도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