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에 혼자 있었다. 무심코 손을 튕겼는데, 갑자기 불이 꺼졌다. 놀란 마음에 다시 손을 튕겼더니, 불이 들어왔다. 나는 초능력이 있는 것일까?
그냥 우연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잠시 정전이 되었던 것이고, 우연히 그 시점이 나의 손 튕김과 일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응원해서 우리 팀이 이겼고 내가 빨간 양말을 신어서 시험을 잘 봤다고 믿는 것처럼,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나와 관련짓는 자기중심 편향은 나의 손 튕김에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이처럼 전혀 상관없는 사건을 인과 관계로 잘못 해석하는 심리적 현상을 인과 착각이라 한다.

인과 착각의 원인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의 성향도 한몫한다. 어떤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위험하다. 지진 때문에 땅이 울리는데, 그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상태로 놔둔다면 생존이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답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인지적 종결 욕구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제한된 정보만을 얻을 수 있고 우리의 인지 능력은 무한하지 않다. 결국 완벽하지 않은 해답이라고 해도, 조금만 그럴싸하면 냉큼 받아들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때 다가오는 해악이 가짜 뉴스다. 이들은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지속적으로 거짓 주장을 늘어놓는다. 양적으로 늘어난 거짓 정보들은 스스로 힘을 키운다. 거짓 내용이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그 내용을 접하게 되면 진실이라 믿게 되는 경향성이 있는데, 이를 거짓 진실 효과라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특정 내용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알고리즘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선거의 시간이 왔고 인터넷에는 처리하지 못할 만큼의 정보들이 돌고 돈다. 우리는 어떤 정보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릴 것인가? 정보의 홍수 속에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우리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