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는 죄가 없다

2025-02-09

종종 폭압적인 세상사로부터 거리 두기를 하고 싶다. 이런 이유로 소셜미디어를 끊으려 했던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쉽지 않다. 그로부터 얻는 정보가 쏠쏠해서다. 얼마 전 한 음악가를 알았다. 지인을 통해서였다. 정확하게는 지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였다. 이름이 독특하다. 김반월키다. 앨범 제목은 <빈자리>(사진). 장르로 구분하면 포크에 실내악을 섞은 음악을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포크는 ‘감정적 나체 되기’를 주저하지 않은 장르다. 편곡도 대부분 최소주의를 지향한다. 김반월키는 반대로 간다. 그는 소리를 겹겹이 쌓는 음악가다. 그렇다. 오직 빼기만이 최선의 미학일 수는 없다. 대신 조건이 있다.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풀어오르는 구체처럼 소리가 팽창할 때도 군더더기라고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소리는 감정 이전에 과학이다. 공학이다. 따라서 음악가라는 직업은 어쩌면 건축가에 가깝다. 이런 측면에서 김반월키의 <빈자리>는 2024년 가장 빼어난 소리 건축물이다. 정교하게 사운드를 하나둘 포개는 ‘미라주’가 그중에서도 훌륭하다. 더 나아가 그 어떤 곡에서든 김반월키는 과장된 청승의 습기에 빠지지 않는다. 반복 청취해도 쉬이 질리지 않는 이유다.

2024년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그랬다. 내가 앨범의 존재를 알았던 때는 거의 1년 다 돼서였다.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최소 약 10만곡, 한국에서는 5000곡 정도가 업로드된다. 한 달 아니다. 일주일도 아니다. 달랑 하루에 발매되는 곡의 개수다. 여기에 과거까지 더하면 음악은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물체와 같다. 사실상 무한대의 우주다. 따라서 좋은 취향을 발견하려면 혼자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셜미디어를 탐험한다. 누군가 모르는 음악을 추천하면 곧장 캡처해서 보관한다. 역시, 소셜미디어는 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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