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69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 23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초연결시대’ 시리즈에 대해 시의성 있는 기획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관련 단독 보도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부처 업무보고 관련 기사가 대통령 발언 및 그에 대한 반응을 옮기는 데 치우친 건 아쉽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22일자 1면 ‘사람을 끊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초 연결시대, 관계빈곤 사회’ 기획은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을 다룬 훌륭한 기획이다. 11일자 1면 ‘신 재코타 시대, 한국이 위태롭다’를 포함한 최근 한국 경제 관련 기사는 지나치게 위기 중심에 치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성비’, ‘덕질’이라는 표현을 쓴 지면 제목이 보인다. 제목은 물론 본문에서도 속어 사용은 삼가야 한다. 1~3일자에 게재된 계엄 1년 관련 기획 기사 1회는 계엄 이후 양극화 확대를 다뤘다. 사회 통합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먼저 보도하고 양극화 확대 문제는 뒤에 다뤘으면 좋았겠다.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쿠팡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중앙일보가 이달 꾸준히 보도했다. 개인 정보 유출 사태는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최근 생수병 상표 띠, 빨대 사용과 같은 이슈에서 환경부의 설익은 정책이 있었다.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투자를 한 민간 기업이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을 수 있는 만큼 보다 비판적으로 다뤘으면 한다. 한국 경제가 고환율과 미국발 관세 여파,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현장에선 아우성이다. 이와 관련 고환율로 물가가 오른다는 식의 기사는 있지만, 현장에서 전하는 생생한 보도는 찾기 어려운 것 같다. 관련 현장 보도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대한민국 트리거 60’ 시리즈는 긴 호흡의 굉장한 기획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한 60개 주제 선정도 우수했다. 계엄 1년 관련 3일자 1면과 5면 기사는 50대 직장인과 20대 4명의 인터뷰를 통해 상처를 딛고 화합으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치유와 회복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재판이 진행 중이고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으로부터의 회복이고 치유인가’라는 게 다소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쿠팡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서 중앙일보가 사안을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느꼈다. 다만 1일자 1, 2면 기사 제목에 모두 ‘중국인’이 들어간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한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이달 문화 관련 기사는 유명 작가의 블록버스터 전시 소개 등에서 벗어나 손인숙, 장욱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다루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 논쟁을 다룬 기사는 공공 문화기관의 역할에 대해 구조적으로 질문을 잘 확장했다. 18일자 16면 ‘저속노화 정희원, 전 직장동료 스토킹 혐의 고소’ 기사의 경우 자칫 고소자가 일방적 피해자이고 상대방이 명백한 가해자로 읽힐 수 있다. 법적 사실을 전할 때는 사실관계를 좀 더 파악하는 게 좋겠다. 8일자 B3면 ‘비트코인 잭폿, 이젠 꿈? “8만 달러 되면 긁어볼 만”’기사의 내용 자체는 균형 잡혔다. 그런데 제목만 보면 ‘기다리다가 8만 달러 되면 사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이달 한국 경제 관련 가장 큰 이슈는 환율 리스크다. 중앙일보는 주요 기사와 칼럼, 사설을 통해 환율 동향을 심층 보도하며 환율 문제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우려에 대해 충실하게 답했다. ‘초 연결시대, 관계빈곤 사회’ 기획은 연말연시에 즈음해 외로움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시기에 시의적절한 기사다. 홀로 사는 것 혹은 외로움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지만, 관계 빈곤 완화의 방편과 관련한 추가 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17일자 32면 ‘금등어·없징어·금마늘 시대’는 올해 급등한 고물가의 단면을 재미있게 다루면서도 기후변화 등 물가 급등의 원인과 정부 대응의 미진함을 기술했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계엄 1년 관련 중앙일보의 보도에 계엄과 이후 전개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 담겨있는지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 1일자 계엄 1년 여론조사는 유의미했다. 정치 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화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반면 나머지 관련 보도에서 이 사태의 ‘개인화’ 경향이 강한 건 아쉽다. 2일자 1면 ‘윤 핵심참모 “계엄, 김건희 때문에 했다 생각”’ 등이다. 주요 행위자의 생각과 언행은 중요하지만, 계엄의 원인과 이후 전개에 대해 보다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짚어야 한다. 부처별 업무보고 관련 대부분의 기사가 대통령의 발언과 주변 반응을 옮기는 형태였다. 중앙일보가 좀 더 주도권을 가지고 깊이 있는 보도를 했으면 좋았겠다. 대통령의 소통 전략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4일자 2면 ‘쿠팡 협박 메일에 소름, 5년 전 주소도 털렸다’ 인터뷰 기사는 인상적이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아찔했던 누군가의 경험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11일자부터 보도된 ‘신 재코타 시대’ 시리즈는 지정학적으로 변화하는 경제 구도와 그 안에서 고립된 한국의 위치를 보여줬다. ‘초연결시대, 관계빈곤’ 기획은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친구나 가족이 없다는 비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잘 지적했다. 5일자 1면 ‘AI 앞에 철밥통은 없다’ 및 관계 기사로 구성된 기획은 다소 아쉬웠다. 고용 시장을 예상보다 빠르게 바꾸는 AI의 ‘속도’를 다뤘다면 좋았겠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장=‘신 재코타 시대’ 기획의 가치는 경제와 안보를 연계했다는 점이다. 현실 세계에서 경제와 안보가 떼려야 뗄 수 없게 돌아가는 점을 잘 반영했다. 19일자 1면 ‘북 도발해도 사격 자제하라는 국방부’ 및 23일자 6면 ‘북 착한 도발도 있나… 위험한 도발 가려 사격하라는 국방부’ 기사는 최근 낮아진 정부의 군사분계선 사건 관련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한 보도였다. 18일자 27면 ‘남북관계 뒷걸음, 밖으론 보폭 넓힌 북한의 2025년’ 제목은 북한의 한 해를 잘 정리했다. 5일자 14면 ‘우크라 어린이 강제북송… 러시아군이 납치한 2명 보냈다’ 기사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군에 납치돼 재교육을 받는 시설이 북한에도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기사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야 한다.
▶주영환 변호사=민중기 특검이 여당 비리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수사 발표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중앙일보는 기사와 사설을 통해 공정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이번 3대 특검의 공과를 명확하게 진단하는 후속 기사를 기대한다. 이달 내내 내란재판부 등 법원 관련 입법 논란이 거셌다. 중앙일보는 법원 내부의 분위기를 상세히 보도하고, 정당별 입장도 균형감 있게 소개했다. 이제 국제적인 관점으로 논의 범위를 넓혀 한국 사법제도를 조망해 보는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 5일자 ‘AI 앞에 철밥통은 없다’ 및 관련 기사는 AI가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신입 일자리를 위협하고, 기업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현실을 잘 보도했다. 10일자 24면 ‘1년 지났는데 처벌 0, 원인 규명 전무… 유족들 피눈물 흘려’는 무안공항 참사 1년을 맞아 유족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고 가치가 큰 기사였다.
▶오세정 위원장=무안공항 참사 유족 인터뷰 기사를 통해 진상 파악이 늦어져 손해배상 청구도 못 하는 유족의 상황을 지적한 건 시의적절하다고 봤다. 최근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사안에 대해 중앙일보가 상당한 취재력을 보여줬다. 15일자 1면 ‘전재수·통일교 7번 접촉’, 18일자 1면 ‘한학자는 양승조, 며느리는 김종인’ 기사 등은 통일교와 정치권과의 깊은 관계를 보여줬다. ‘대한민국 트리거 60’ 기획을 굉장히 좋게 봤다. 마지막 60회가 개헌이었다는 것도 시의적절했다. 10일자 12면 ‘이창용, 고환율 원인으로 국민연금 해외투자 찍었다’ 기사는 당연히 다룰 만한 중요한 문제다. 다만 기사 뒷부분은 ‘이창용 총리설’ 같은 정치적인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 경제 관련 중요한 내용인데 뒤의 정치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별도 기사를 통해 다루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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