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지연에 은행들도 '업무 폭증' 유탄...콜센터·인증 민원에 마비 수준

2025-04-29

고객센터 먹통에 은행 콜센터 보안 민원 폭주

해킹 피해 차단 위해 긴급 인증 시스템 강화

SKT 유심 교체 지연, 은행권 추가 대응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SKT의 유심 해킹 사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때아닌 '업무 폭증'에 휘말렸다.

SKT 고객센터 먹통으로 시중은행 콜센터에 스마트폰 보안 및 명의도용 문의가 급증하고 있으며 취약해진 보안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 인증 시스템 강화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SKT의 재고 부족으로 유심 교체마저 난항을 겪고 있어 은행권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콜센터에는 SKT 해킹 이후 보안 관련 문의가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 콜센터는 연결이 어려울 정도로 업무가 증가한 상태다.

이는 SKT의 늑장대응으로 고객들의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상당수 고객들이 계좌 안전 여부를 확인한 후 스마트폰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묻는 등 은행과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든 은행앱에서 자신 명의로 개통된 모든 휴대전화 내역을 확인하는 '명의도용방지'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이에 대한 문의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은행권에서 명의도용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카카오뱅크가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고객들이 몰리며 정상적인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 콜센터 관계자는 "통신사 업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SKT 고객센터가 먹통이라며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비상 업무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SKT 해킹으로 업무 급증과 민원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SKT의 유심 교체가 지연됨에 따라 보안인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은행권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해킹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심 교체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SKT가 물량 확보에 실패하면서 '유심 대란'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재 SKT가 보유한 유심은 100만개에 불과하고 다음달까지 확보할 수 있는 물량도 500만개에 그칠 전망이다. SKT 가입자가 2500만명(알뜰폰 포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달 이후에도 1900만명이 이상이 해킹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이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은 어제와 오늘에 거쳐 고객들이 새로운 스마트폰 은행앱을 설치해 계좌 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문자나 전화(ARS)가 아닌 얼굴을 직접 확인하는 '안면인식인증'을 긴급 적용했다.

이는 유출된 유심 정보를 악용, 복제폰을 만들어 은행앱을 설치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안면인식의 경우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기 때문에 해킹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으로 권장하고 있다. 농협 등 다른 시중은행도 조속히 안면인식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SKT 해킹과 연관된 금융사고는 확인된바 없다. 핸드폰 먹통 후 5000만원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진 SKT 사용자 사건 역시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사태와는 무관한 스미싱 범죄로 파악됐다.

은행 계좌는 SKT와는 무관한 은행 고유의 인증을 2~3중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해킹으로 복제폰을 만들어 피해자의 개인정보나 은행, 가상화폐 계좌를 만들어 금융자산을 훔치는 '심 스와핑' 피해가 우려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 은행권에서는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 인증만으로는 은행 이용을 제한하고 추가적인 인증강화 조치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FDS)으로 비정상적인 계좌 이체 등 이상거래가 의심되면 바로 지급정지를 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인 대책은 유심 교체다. 유심만 바꾸면 고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해킹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SKT의 조속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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